개혁 길목마다 걸리는 ‘이재명 사법리스크’

2025-11-11 13:00:13 게재

배임죄 폐지·재판소원·대법관 증원·항소 신중 등 논란 확산

법원·검찰 공격, 이해충돌 가능성으로 진정성 의심 받아

항소 포기 외압 의혹 ‘일파만파’ … “지선에 도움 되겠나”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개혁의 길목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배임죄 폐지,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에 항소 자제 요구까지 모두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프레임’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악의적 프레임’으로 보면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해냐’, ‘의도냐’와 상관없이 ‘이재명 사법리스크’ 프레임은 집권 내내 민주당과 이재명정부의 개혁 정책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지역위원장들과 구호 외치는 민주당 지도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전현희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직자와 지역위원장들이 11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2025년도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11일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정성호 장관이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1심 선고에 대해 항소 자제 의견을 제시한 것은 받는 입장에서는 압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측면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이것을 대장동 사건이라는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과 연결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대검에 ‘(공소를) 신중하게 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 수사 지휘인지, 단순한 의견 개진인지와 상관없이 ‘압력’ 행사로 이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장관의 ‘기계적인 공소 자제’는 ‘검찰 개혁’ 사안 중 하나였다. 정 장관은 취임 이후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에 대해 직접 ‘공소 포기’를 지휘해왔다.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서해개척단, 삼청교육대, 12.12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소송에 대한 항소나 상고를 포기시켰다. 성폭행 저항 혀 절단 사건,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항소 포기를 지휘하기도 했다. 언론사가 제기한 방심위 제재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도 포기하도록 했다. 정 장관은 “그간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오던 무오류 신화에서 벗어난 올바른 결단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할 이유와 항소하지 않을 이유가 다툴 만하고 앞선 항소 포기 지휘때와 달리 ‘무죄’로 나오지도 않은 데다 이 대통령과 뗄 수 없는 ‘대장동 사건’에 정 장관이 직접 개입하면서 ‘기계적 공소 자제’ 시도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개혁’ 시도때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튀어 나오는 상황이다.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 재판중지법 통과 시도는 노골적인 ‘방탄’이라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고 ‘4심제’라는 평가를 받는 재판소원이나 이 대통령의 임명권이 작동하는 대법관 증원도 사법리스크 해소 방안으로 거론됐다.

배임죄 폐지를 담은 상법 개정안 추진 역시 이 대통령과 연관된 ‘배임혐의’를 면소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와 관련한 재판은 모두 5개다. 허위사실 유포 의혹의 공직선거법은 대선 직전 대법원에 의해 유죄취지로 고법에 파기환송됐고 위증교사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난후 항소심에 올라가 있다.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배임·뇌물 등),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제3자 뇌물 등), 경기도 법인카드 등 유용(업무상 배임)은 1심 재판 중이다. 현재는 모두 헌법에 의해 재판이 중지된 상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재명의 5개 재판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재판중지법’을 강력하게 추진했다가 대통령실의 요구로 철회하는 등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박원석 전 의원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죽어가는 검찰을 의기양양하게 만들었다”며 “이재명정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얻은 권력을 이렇게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APEC 성과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끝났다”고도 했다.

김만흠 전 입법조사처장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안고 시작한 현 정부는 시종일관 이재명과 싸우는 정부, 여당이 되고 있다”면서 “사법개혁이든 검찰개혁이든 경제개혁이든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 의혹과 연결된 것들은 진정성에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없애는 게 최대의 목표인 것처럼 장관이나 여당이 움직이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임기 이후에 재판을 받고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선언하고 정리해 주는 것이 논란이나 리스크를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막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민주당 모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속도전을 펼치면서 개혁 시니라오를 추진하려고 하는데 이게 과연 지방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수도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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