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끝난 사업인데 구조조정 한다고?
이재명정부 지출구조조정 내역공개
‘눈가리고 아웅’식 눈속임 백태 속출
이재명정부가 첫 해에 나라살림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지출구조조정에 적극 나서 ‘사상 최대 규모로 구조조정을 펼쳤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끝나 더 이상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을 ‘구조조정’으로 치장하거나 구조조정한 사업을 다른 쪽에 살짝 넣어놓는 ‘눈속임’도 있었다. 내년에 쓸 예산을 뒤로 미뤄놓고는 구조조정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이같은 ‘눈 가리고 아웅’식 지출구조조정이 나타나는 이유는 각 부처별로 목표를 ‘재량지출의 10%’로 할당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할당치를 채우기 위해 손쉬운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1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2026년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재명정부가 내놓은 내년 55개 부처의 지출구조조정 규모는 23조2469억원(4146개 사업)이다. 구체적인 지출구조조정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대통령 경호처,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까지 합하면 27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출구조조정 내역은 올해 처음 공개됐다. 그 내역을 보면 지출구조조정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0조원을 넘어서는 등 적지 않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실제 성과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먼저 올해 종료된 사업으로 어차피 내년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을 예산의 감액을 지출 구조조정 실적으로 포함시킨 사례가 확인됐다.
예산결산특위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생애 기본연구’ ‘중견연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인정부 기술표준 개발지원(R&D)’ △우주항공청의 ‘국산소자부품우주검증지원(R&D) 등 12개 사업 등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올해 끝난 사업의 경우엔 내년에 지출할 예산 소요 자체가 없어 감액에 따른 신규 재원 확보 효과가 없는데도 지출구조조정 실적에 포함시킬 경우 구조조정 실적이 과다 집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총사업비를 줄이지 않은 채 내년 예산만 감축해 ‘조삼모사’인 경우도 드러났다. 여기엔 △우주항공청의 ‘스페이스파이오니어사업’ 등 5개 사업 △광주세무서 청사 신축 △북대구세무서 청사 재건축 △부산통합관사 신축 사업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총사업비 감액 변경이나 사업 폐지 등 총사업비 변경 없이 사업 기간 연장이나 연부액 조정 등에 따라 내년도 예산만 감액되는 경우가 존재한다”며 “이는 신규 재원 확보에 기여하지 못하고 사업 지연에 따른 물가상승 등에 따라 오히려 지출 소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는 등 실질적인 지출 구조조정 성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출 규모를 줄였다면서 구조조정 실적에 올렸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업으로 옮겨진 예산도 적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 유니콘 육성’ 사업은 폐지됐다고 했지만 이를 확대 발전시킨 ‘유니콘 브릿지 사업’이 새롭게 편성됐고 교육부의 ‘첨단분야 혁신융합 대학’ 등 6개 사업은 고등평생 교육지원 특별회계의 ‘산학연협력 고도화 지원’ 세부사업 내에 내역사업으로 재편성됐다.
또 정부는 저출생 고령화 등 경제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무 지출의 구조조정이 1조8278억원이라고 했지만 실제 지출 축소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이거나 의무지출 사업 자체에 대한 구조 개선 없이 재량지출 성격의 연구용역비만 감액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