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끌어들이지 말라더니…이 대통령 승인 ‘내란TF’에 시끌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에 “정치보복 TF냐” 야당 반발
대장동 항소 포기 국면전환? 기승전‘내란심판론’? 해석 분분
“선택적 정쟁 원했나 … 대통령 스스로 정쟁 속으로 들어가”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승인한 ‘내란 가담’ 공무원 조사 태스크포스(TF)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내 내란 청산을 통한 조속한 공직사회의 신뢰회복 명분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공직사회 줄세우기나 낙인찍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이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번 TF 관련한 야당의 비판이 커지는 등 ‘대통령실발’ 정쟁을 스스로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 제안에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즉각 동의했다.
앞서 김 총리는 “내란 재판·수사 장기화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문제도 제기됐고, 결과적으로는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반목을 일으키고 국정 추진 동력을 저하시킨다고 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TF 구성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TF는 12.3 비상계엄 등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조사를 거쳐 합당한 인사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을 임무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김 총리의 제안을 승인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번 TF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실린 것으로 보인다. 내란 가담이 의심되는 군 인사가 승진 대상 명단에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왔던 지난 달에는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 현장에서 안규백 국방장관을 호명하며 관련 내용을 설명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때 이 대통령은 “인사에 있어서 (내란) 가담 정도가 극히 경미하더라도 가담하거나 부역한 사실이 확인되면 승진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애초에 정부 내 TF 논의를 처음 내비친 사람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라는 점도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조치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강 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내란 당시 부처 공무원들이 역할을 한 데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김영배 민주당 의원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면 발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 발언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이 국무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출범 절차를 밟게 된 셈이다.
국무회의 종료 후 총리실에서 내놓은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 추진계획’에 따르면 TF는 각 정부기관에 모두 설치되며 내년 1월까지 조사 완료 및 2월 설 연휴 전 후속 조치를 제시하게 된다. 내년 초 각 부처 정기 인사 시기와 맞물리면서 공직사회의 대대적 물갈이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조사 범위는 지난해 12월 3일을 기점으로 직전 6개월부터 직후 4개월까지 총 10개월이다. 이 때 비상계엄을 모의·실행·정상화·은폐한 행위를 조사하게 되고 조사 과정에서 업무용 PC와 서면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개인 휴대전화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할 예정이다. 공무원 개개인의 조사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조사 협조 정도에 따라 징계 수위에도 차등을 둔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번 TF 출범을 놓고 야당들은 ‘대장동 항소 포기’라는 불리한 이슈를 돌파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보고 일제히 반발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장동 항소 포기로 정국이 불리해지자, 국민의 시선을 또다시 망상의 내란 프레임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1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하고 국무총리가 또다시 민주당 지지층 결집용으로 내란 몰이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내란 청산이라는 일종의 지지층들을 위한 프레임을 갖고 나오면서 공무원을 줄 세우는 것은 대통령이 말씀하셨던 통합하고도 굉장히 멀다”고 비판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정권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때”라며 “그 와중에 내란 청산 프레임을 꺼내드는 것은 정치적 위기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 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에선 공직사회 내 내란 청산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김영배 의원은 1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공직사회가 사적 이익을 위해 동원됐고 관여했는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헌법에 기초해 국가의 기강을 바로세우는 것이 실질적인 내란청산 작업”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계엄이 단기간에 해제됐지만 실제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비상계엄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적잖았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내란에 관여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취한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군 인사 등에서 부적절한 인사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공직사회를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야당이 ‘내란프레임’ 등을 강조하며 정치보복이냐며 반발하는데 여권이 시기와 방법 등에서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평론가는 “국정안정법 관련 정치권 논란이 일었을 때 대통령실에서 나서서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었는데 이제 국민들이 그 진심을 믿어줄지 모르겠다”면서 “불리한 정쟁은 싫고 유리한 정쟁은 좋다는 식의 선택적인 정쟁 선호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선 이명환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