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원의 일본 톺아보기

한국의 부동산, 일본의 부동산

2026-07-28 13:00:0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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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름이 덥다. 30도를 웃돈다. 일본의 여름은 더 덥다. 35도를 넘나든다. 이 여름날 기온처럼 한국의 부동산이 뜨겁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2025년에 6% 오른 다음 올해 들어 15%나 상승했다. 일본의 부동산은 더 뜨겁다. 도쿄23구의 아파트 분양가는 2025년에 23% 치솟았는데 올해도 11%나 올랐다.

이런 현실에 한국의 부동산 민심은 들끓는다. 정부의 대응도 핫(hot)하다. 지난주엔 대통령이 직접 국민토론회를 주재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기까지 했다. 반면 일본의 부동산 민심은 들끓지는 않는다. 정부의 대응도 쿨(cool)하다. 엔화 약세를 틈타 외국인의 부동산 구입이 많다는 지적에 국토교통성이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이 고작이다.

그러니 흥미로울 수밖에. 왜 한국은 이토록 핫 한데 일본은 무색하도록 쿨 할까? 아래에서는 이 수수께끼를 순서를 밟아 풀어나간다.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수치는 생략하기로 한다.

공급·수요 요인으로 본 한일 부동산 민심

부동산 가격은 기본적으로는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동향에 의거한다. 공급부터 보면 예를 들어 아파트 분양가는 지가와 건설 원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서울도 도쿄도 도심은 새로 집을 지을 땅이 거의 없다. 결과 지가는 오른다. 건설 원가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인상에 따라 상승한다. 이런 공급 요인이 서울과 도쿄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수요는 어떤가. 그 첫번째 요인으로는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거꾸로 돈줄을 조이면 가격이 하락할 것임을 의미한다. 실제 한국의 경우 2022년에 금리를 인상하자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다. 이후 금리인하와 함께 아파트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일본의 경우는 최근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해 왔고 이것이 도쿄 아파트가 서울 아파트보다 더 많이 오른 이유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고 재정 지출을 줄이면 될까? 물론 그렇지만 이는 경제를 위축시키고 서민 생활에도 마이너스의 영향을 끼친다. 정부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다.

수요 요인의 두번째로는 시중에 풀린 돈이 전국의 부동산을 향해 골고루 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한일 모두 서울과 도쿄3구의 아파트는 폭등하고 있다. 반면 지방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런 부동산의 양극화는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이라는 한일 양국의 공통적인 현실을 반영한다.

수요 요인의 세번째로는 시중에 풀린 돈이 모두 부동산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앞의 두 가지가 한일 양국에 공통적인 것이었다면 이 세 번째는 한일을 나누는 요인이 된다. 한국의 경우 가계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이다. 반면 일본은 그 비중이 1/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금융자산이 차지한다. 일본은 주로 금융자산 때문에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데 비해 한국은 주로 부동산 때문에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서민들도 하여금 부동산에 르상티망(원한)을 느끼게 하는 이유의 하나다.

임차인 보호 문제에서 제도적 차이 발생

지금껏 시장 요인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민심의 차이를 살펴보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부동산은 제도적 요인 또한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거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기 이전에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터전이다. 따라서 주거 확보는 개인의 책임을 넘어 국가의 책임이 된다. 다만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는 방식은 다양해서,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는데 주력한 유럽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개인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어 왔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주택을 구입하기까지 부딪치는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강구하는가다. 생애주기별로는 아직 저축이 충분치 않은 청년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와 소득계층별로는 나름 애써도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저소득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특히 중요하다. 전자와 후자는 각각 다른 정책을 요청하지만 겹치는 영역도 있다. 청년의 경우는 당분간, 저소득층의 경우는 평생 남의 집을 빌려 살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다.

한국이 일본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전세다. 전세는 집주인에게는 거액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임차인에게는 월세비용을 아끼고 주택 구입자금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해 오랜 기간 유지됐다. 한편 집 주인은 ‘갭투자’를 할 유인이 커지는 반면, 임차인은 무상으로 그 레버리지 자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디메리트도 작지 않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전세를 주거사다리로 간주해 이를 보호하는 정책을 견지해왔다.

일본이 한국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임차인 보호다. 일반적으로 집 주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부하려면 노후화로 인한 건물의 붕괴 위험이나 스스로 입주하는 등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한다. 월세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 따라서 임차인은 한번 빌리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근래 기한부 계약을 허용하긴 했지만 일본정부의 임차인 보호 정책은 기본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이 차이가 예를 들어 청년층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상이하게 만든다. 물론 청년층도 양극화되고 있어 한국이든 일본이든 ‘아빠 찬스’로 집을 손쉽게 마련하는 층은 존재한다. 이런 층이 아닌 보통 청년의 경우 한국의 청년은 필사적으로 종잣돈을 마련한 다음 전세를 전전하다가 ‘영끌’로 주택을 구입한다. 이 때 ‘버팀목대출’이나 ‘디딤돌대출’과 같은 정책금융 의존도가 커 정부에 관한 기대도 높고 대출 완화 요구도 강하다.

반면 일본의 청년은 평생에 걸쳐 월세를 사는 경우도 적지 않고, 또 중간에 주택을 구입할 경우도 민간은행이 제공하는 주택론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정도가 약하다.

결국은 삶의 불안이 부동산 민심 흔들어

지금껏 시장과 제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지만 부동산 민심이 들끓는지 쿨한지를 나누는 마지막 요인이 남아 있다.

간단히 부동산 민심이라 해도 사실은 아래 위가 다른데, 위쪽은 고급 주택이 ‘지위재’(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재화)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이를 취득하기 위한 경쟁 압력의 성격이 크다. 반면 아래쪽은 괜찮은 주거를 확보한 위에 이것이 미래의 자산 증식으로 연결되면 더 좋겠다는 보통 사람들의 욕구가 쌓여 분출하는 성격이 강하다. 고급 주택을 둘러싼 위쪽의 경쟁 압력은 일본도 마찬가지로 크다. 문제는 아래쪽에서 분출하는 압력이 왜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강할까다.

그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한국이 일본보다 불안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생애주기별로 보더라도 청소년층의 입시 불안은 한국이 더 크다. 청년층의 취직 불안도 한국이 더 크다. 집이 없다는 이유로 결혼에 실패하거나 출산을 포기할 확률은 한국이 더 높다. 한참 일할 나이에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당할 확률도 한국이 더 높다. 노후에 생계가 보장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할 확률도 한국이 더 높다.

뿐만 아니다. ‘지위재’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집이 없는 사람은 ‘체면’이 서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이는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런 불안에서 한국 사람을 구해 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괜찮은 집’인 것이다.

부동산 정책으로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가 거론되고 있다. 나름의 효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들끓는 민심을 가라앉히는 것은 아마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부동산 문제의 해답이 부동산 자체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언제쯤이면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나.

호세이대학 대학원 교수

공공정책연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