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사나에노믹스, 일본경제 부활시킬까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제104대 총리로 선출되면서 일본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다카이치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국방 기술 사이버보안 핵에너지 등 전략적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출과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다카이치정권의 재정 및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상 처음으로 주가가 장중 5만엔을 돌파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정책인 ‘사나에노믹스’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의 긴축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아베노믹스식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전환해 강한 경제를 지향하는 것이다.
아베노믹스식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강한 경제 지향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이전부터 GDP 대비 정부 순부채 비율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해왔다.여기서 말하는 순부채(Net debt)란 정부의 전체 부채에서 정부가 보유한 금융자산을 뺀 값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지표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36.1%로 다른 G7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GDP 대비 정부 순부채 비율은 133.9%로 낮아져 G7 국가들과의 격차가 크게 축소된다.
또한 최우선 과제인 물가상승 대책과 관련해 다카이치정권은 ‘생활의 안전 보장’을 내세우며 물가상승으로부터 국민의 생활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강한 결의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한 첫 조치로 일본정부는 가솔린 잠정세율(리터당 25.1엔)을 올해 12월 31일부로 공식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정책 가운데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근로소득 세액공제(Earned Income Tax Credit)’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국민의 소득을 파악한 후 그 수준에 따라 감세와 급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소득세 납부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 공제되지 않은 부분은 급여 형태로 보전하는 구조를 갖는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는 ‘연수의 벽’의 상향 조정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기존 103만엔에서 올봄 160만엔으로 인상되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물가에 연동하는 형태로 추가 인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연수의 벽은 일정 수준의 연소득이 넘으면 소득세와 사회보험료 등이 발생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제근로자 등이 근무시간을 조정해 추가근무를 포기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본정부는 개인의 소득을 늘리고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득세가 발생하는 수입의 기준을 기존의 103만엔에서 160만엔으로 끌어올려 2025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정부는 에너지 자급률 100% 달성을 목표로 원자력 발전 재가동과 태양광 등 국산 에너지의 보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심화되는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시간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경제계의 목소리에 부응할 수 있는 노동제도 개혁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경제 구조개혁과 관련한 새로운 시책 부족
지금까지 살펴본 다카이치정권의 경제대책에는 중장기 성장 전략, 즉 구조 개혁과 관련한 새로운 시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에 따라 재정파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완화적인 금융정책이 지속될 경우 외환시장에서 엔화약세가 심화되어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쌀과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가격의 하락을 통한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경제를 다카이치 총리가 어떻게 이끌어갈지 ‘사나에노믹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