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4174명 수능 ‘결전의 날’, 7년 만에 최다
‘황금돼지띠’ 고3 등에 지원자 급증 … ‘사회탐구 영역 쏠림’ 최대 변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55만4174명으로 전년보다 3만1504명(6.0%) 늘어 2019학년도(59만4924명) 이후 7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재학생은 37만1897명(67.1%)으로 전년보다 3만1120명(9.1%) 증가했다. 출산율이 높았던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이 고3으로 수능을 보기 때문이다. 졸업생은 15만9922명(28.9%)으로 전년보다 1862명(1.2%) 줄었으나 최근 12만~13만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수준이다.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는 2만2355명(4.0%)으로 전년보다 2246명(11.2%) 증가했다.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증원 전 규모인 3016명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졸업생 응시자는 전년도(16만1784명)보다는 줄었으나 평년 수준을 넘어섰다. 재학생이 전년보다 10%가량 늘어난 데다 졸업생 수도 여느 해보다 많아 올해 수능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대 변수는 절정에 달한 ‘사탐런’이다. 사회·과학탐구영역 지원자 가운데 사회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학생은 77.3%(41만1259명)로 작년(62.1%)보다 15.2%p 높아졌다. 반면 과학탐구만 선택한 수험생은 12만692명(22.7%)으로 작년보다 7만명 가까이 줄었다.
서울대를 제외한 상위 대학 의대와 이공계 학과가 ‘과학탐구 필수 응시’ 조건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면서 자연계 수험생까지 사회탐구로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과학탐구 학습 난도에 부담을 느낀 수험생들이 학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탐구로 몰린 것이다.
수학 영역에서는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고른 수험생이 전년보다 27.7% 증가했고 국어 영역에서는 선택과목 ‘화법과 작문’ 응시생이 전년보다 13.2% 늘었다. 선택과목 간 쏠림 현상도 이번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6학년도 수능은 전 영역에서 2015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의거해 시행됐다. 김창원 수능 출제위원장은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교육과정의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했다”며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영역별 출제 방향에 대해 “국어 영역은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하여 교육과정에서 설정한 지식과 기능에 대한 이해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중점적으로 측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수학 영역은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이나 반복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적 요소나 공식을 단순하게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지양하고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기본 개념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종합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항을 출제했다”고 말했다.
영어 영역은 교육과정 기본 어휘와 시험 과목 수준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어휘를 사용한 듣기 간접 말하기 읽기 간접 쓰기 문항을 통하여 균형 있는 언어 사용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 한국사 영역은 한국사에 관한 기본 소양을 갖췄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했다.
김 위원장은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에 대해 “작년의 수능 기조와 올해 했던 6월 모의, 9월 모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에 근거해서 출제한다면 그러한 유불리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 입장에서도 본인이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했다면 어떤 과목을 선택하든 원하는 결과를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수능과 유사하게 출제했는지에 대해서는 “올해도 작년 출제 기조를 이어서 표준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도록 했다”며 “영어 같은 경우는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교육과정 기준으로 해서 학생들의 응답 특성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시험은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해 일반 수험생은 오후 5시 45분에 마치고 시험 편의 제공 대상 수험생 943명은 오후 8시 25분에 마친다. 출제된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은 13일부터 17일 월요일 오후 6시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접수된다. 정답은 25일 화요일 오후 5시에 확정 발표되며 성적은 12월 5일에 수험생들에게 통지된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