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희토류 본격 무기화 시대를 대비하자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극한대결은 피했지만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기술패권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계 1위를 굳히거나 되려는 야망으로 인해 양국 간 무역전쟁이 앞으로 50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양국 간 경쟁이 무역에서 전략산업과 공급망 무기화로 옮겨가고 있어 핵심 전략물자의 통제와 수출제한이 새로운 경쟁축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이 시급히 해야할 일은 희토류 등 주요 광물의 공급망 확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중일 간 센카쿠열도(중국명 釣魚島) 분쟁 당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삼아 일본에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자 일본이 이에 굴복하던 것을 지켜봤다. 그런데도 한국은 국론 분열과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자원안보’의 싹을 스스로 자르고 10년 이상 긴 시간을 허송했다.
‘자원안보’의 싹 스스로 자르고 10년 이상 허송세월 보내
우리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1~9월) 희토류 원재료의 95.6%(중국 89.4%, 일본 6.2%), 희토류 화합물의 70.3%(중국 47.0%, 일본 23.3%)를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했다. 특히 정부가 2030년까지 대중(對中) 희토류 의존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지 2년이 지났지만 전기차 모터와 스마트폰에 필수인 네오디뮴의 중국 의존도는 15년 전과 같은 88%, 고성능 영구자석용 산화 디스프로슘은 100% 그대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희토류는 3177톤으로, 수입액은 1억504만달러였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쓰임새가 매우 광범위해 철강·금속 자동차·항공 석유 전력산업 등 나라 경제의 토대가 되는 국가 기간산업에서 주로 사용됐다. 일례로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은 터븀과의 합금과정을 거쳐 ‘모터의 소재’인 영구자석이 된다. 이 모터는 전기차 냉장고 에어컨, 그리고 풍력발전 터빈 등에 쓰인다. 이들이 없다면 자동차 가전 발전산업이 모두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희토류를 공급하는 국가가 일부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희토류를 주로 채굴하는 국가는 중국 미국 호주 인도 △순도를 높이거나 산화물로 제조하는 국가는 중국 말레이시아 프랑스 인도 △정제해서 금속으로 가공하는 국가는 중국 베트남 태국 일본 등이다. 모든 단계의 공급망을 구축한 곳은 중국밖에 없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생존권을 거머쥐는 자원이나 채굴 및 정제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관계로 서방국가들이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 중국의 무역보복을 당할지 모른다. 수년 전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중국의 한한령은 아직도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에 내린 제재를 한시적으로 해제하긴 했지만 한국의 미국 조선업 협조 움직임에 이미 경고장을 날린 상태다.
중국은 앞으로 경제·산업·안보 측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쪽으로 한국이 미국과 협력할 경우 희토류 통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부는 지난 10월 ‘희토류 공급망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내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한 국영연구소는 10년 내에 중국의 전세계 희토류 생산 점유율이 현재의 약 70%에서 28%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과 정제, 가공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재의 이점을 상당 기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해질수록 강도가 더 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중심 공급망 벗어나 안정적인 자원확보 방안 적극 모색해야
이에 따라 우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벗어나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겠다. 주요 희토류 생산국들이 희토류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자원개발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는 하나 단순히 희토류를 사오는 것에서 벗어나 매장량이 풍부한 호주 베트남 북미 등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데 진력해야 하겠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보복이 있은 후 이같은 협력을 통해 대중 의존도를 90%에서 60%까지 낮추었다. 이와 함께 희토류를 재활용하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