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부자감세 이어가는 ‘이재명정부’
세제개편으로 고소득자 대규모 수혜 예상
법인세·상속세·배당분리과세 ‘역진성’ 강화
이재명정부가 윤석열정부의 ‘부자감세’를 환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내년 예산에 반영된 세제감면 혜택은 중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당분리과세 도입은 이재명정부 집권 기간 내내 고소득층의 ‘부의 축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시한 배당소득분리과세 세율을 더 낮추고 상속세 공제범위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어 부자감세 추세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정부가 제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법인세 최고세율, 상속세 공제범위 확대 등 ‘부자감세’ 방안을 본격 논의하고 있다.
상속세의 경우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안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는 임광현 국세청장이 국회의원 시절에 내놓은 방안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는 상속세 공제 범위 확대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공제 확대 검토를 언급하면서 급발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하향조정과 상속세 공제범위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부자감세 환원’의 상징이었던 ‘법인세율 구간별 1%p 인상’안도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최고세율을 높이지 말자는 의견과 함께 중소기업들에 해당하는 구간을 현상 유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여당 주도로 ‘부자감세 환원’ 원칙을 희석시키는 행보가 결국 윤석열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재명정부 첫 예산인 2026년도 예산안은 윤석열정부 ‘부자감세’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작성한 ‘2026년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내년에 개인에게 돌아가는 조세지출(조세감면) 혜택규모는 51조3929억원이며 이중 고소득자 몫은 올해(17조3억원)보다 1조366억이 많은 18조369억원이다. 증가율이 6.1%다. 반면 중·저소득자는 31조8590억원에서 33조3560억원으로 4.7%인 1조4970억원이 늘어난다.
이는 ‘윤석열정부의 부자감세 추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조세감면 규모는 2022년에 39조4963억원에서 4년 후인 내년까지 30.1%인 11조8966억원이 늘어난다. 같은 기간에 고소득자 수혜는 12조5080억원에서 5조5289억원인 44.2%나 증가한다. 중·저소득자에게 주어지는 세금감면혜택은 26조9883억원에서 23.6%인 6조3677억원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증가속도가 고소득층이 중·저소득층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중소·중견기업에 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에 쏠리는 모습도 보인다. 내년 대기업의 조세감면 규모는 4조7073억원이나 증가한다. 전체기업에 대한 조세지출 중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9.8%에서 16.5%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중소기업이 받는 세제혜택 비중은 같은 기간에 75.1%에서 71.1%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내년 예산안에서도 고소득자와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의 귀착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정부의 조세지출 정책이 역진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