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투자’ 거품일까, 혁신 시작일까

2025-11-24 13:00:01 게재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거품 논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투자계획이 예상보다 큰 규모로 발표되면서 오히려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 그럼에도 자금 흐름은 여전하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보듯 미국 아시아 중동은 GPU,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거품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투자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AI 거품 논쟁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시장의 경계심 커져

AI 거품론의 핵심은 명확하다. 지금의 투자 규모가 미래의 수익성을 정당화하기에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AI 기업들이 벌고 있는 돈의 규모를 볼 때 앞으로 현재의 투자속도를 설명할 만큼 경제적 수익을 충분히 내 줄 수 있을지 불확실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수익모델이 불분명한 기업들까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에 나서는 상황은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크게 보이게 한다. 분명 기술혁명 초기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과잉투자가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AI는 기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초개인화와 초연결, 피지컬 AI를 통해 전혀 다른 형태의 수요와 소비를 만들어낼 잠재력이 크다. 이런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성장률은 이전보다 의미 있게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부 기관이 AI를 효과적으로 통합한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1~2%p 상승할 것이라 전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과잉투자는 단순한 과열이 아니라 구조전환을 위한 초기 비용이자, 승자로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불가피한 경쟁과정이라 할 수 있다.

AI가 산업 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소비를 끌어낼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의료와 법률, 교육 및 고령화 서비스처럼 과거에는 생산성 향상이 어려워 수요가 억눌렸던 영역에서 AI는 새로운 수요 자체를 폭발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

AI가 민간 부문의 혁신을 넘어서 국가안보와 군사경쟁의 핵심요소라는 점도 중요하다. 앞으로는 정보 획득, 감시와 전쟁 측면에서 AI 활용이 필수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AI와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규정했고, 중국은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 주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인식이 강화되며,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AI 산업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과잉투자가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일정 시점에는 데이터센터와 GPU의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일부 자산은 부실로 전환되며 금융시장도 일시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앞서 이유들을 감안할 때 지금의 AI 투자는 탐욕의 결과이기 보다 새로운 산업을 키워내기 위한 경쟁의 구조적 산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기술과 자본이 동시에 재편되는 현 시점에서의 대규모 투자는 오히려 다음 단계 혁신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음 단계 혁신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특히 이러한 상황은 최종 수요를 창출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전력 인프라 분야 기업들에게도 유리하다. 과거 골드러시 당시의 청바지, 채굴 기구 산업처럼 금을 찾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국가는 아직 AI 분야에서 절대적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빅테크를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공급망의 중간지대에서 어떻게 기회를 포착할 것인가 여부가 중요하다. 각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석원 전 SK증권 미래사업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