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경제, 2026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
소비쿠폰 등 확장재정 기조에 “추가 완화정책도 감당” 긍정 평가
부동산대책·상법 개정·외환시장개선에 “장기투자 기반확충에 기여”
“중장기 구조개혁 추진 … 잠재성장률 회복 뒤 재정기조 조정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이 24일 내놓은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의 핵심은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잠재성장률(1% 후반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소비쿠폰 등 이재명정부의 단기 경기부양책과 중장기 성장전략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야당 등 일각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국내 장기투자 기반확충에 기여하는 정책’이라고까지 평가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정책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기저효과 등이 맞물리며 성장률이 1.8%로 상승하고 점진적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은 0.9%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발표는 IMF 한국 미션단이 지난 9월 11~24일까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주요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과 실시한 면담 등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확장재정에도 ‘재정여력 양호’ = IMF는 이재명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을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긍정평가했다. IMF 이사회도 한국경제가 대내외 충격 속에서도 견조한 회복력을 보인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의 견고한 경제기초와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운용이 이를 뒷받침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연례보고서에서는 “단기 재정확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기 재정기조가 중립적이며 향후 5년간 재정여력과 부채 수준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금융 부문 역시 당국의 선제적 정책 노력 등으로 전반적으로 건전하고 안정적이라고 봤다.
IMF는 충분한 정책여력과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완화적 통화ㆍ재정정책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추경 편성과 내년 예산안의 지출 우선순위가 국제통화기금의 권고내용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경기하방 위험이 현실화되는 경우 적절한 시점에 추가적인 완화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며 성장 지원효과가 높은 R&D(연구개발)와 혁신 분야 투자를 강화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이 같은 정책 효과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맞물리면서, 민간 소비·투자 심리를 동시에 끌어올렸고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경상수지의 경우 실효관세율 상승으로 올해에서 내년에는 일시적으로 흑자가 축소되겠으나, 중기적으로는 수출 회복 및 해외투자소득 증가에 힘입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대책도 긍정 평가 = 금융 부문에 대해 최근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노력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과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 최근의 제도 개선 조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와 국내 장기투자 기반 확충에 기여하고 있다고 봤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상법개정 추진에 대해 야당과 재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류다.
다만 IMF는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와 수출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민간소비 회복을 위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고령자 취업확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직무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등과 같은 소득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수출 측면에서는 한국이 첨단제조업 분야에 높은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으나 특정 국가ㆍ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AI(인공지능) 도입과 R&D 확대 등을 통해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서비스 수출 확대, 역내 교역 강화 등 수출 기반을 다변화할 것을 권고했다.
IMF는 이러한 권고가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 충실히 반영되어있다고 평가하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 수출 회복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개혁 노력 지속해야 = 다만 앞으로 한국 경제의 과제에 대해서는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서는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해야한다”며 “서비스업과 중소기업 규제 완화, AI 도입 등이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또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 노력을 지속함과 동시에 재정기준점을 포함한 신뢰 가능한 중기재정체계를 강화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잠재성장률 회복 이후에는 물가상승 압력 등을 고려해 재정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특히 단기간에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 만큼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정정책 기조를 보다 더 보수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재정지출 규모는 올해(2차 추경 포함) 703조3000억원에서 2029년 834조7000억원으로 향후 5년간 연평균 5.5%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나라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25년 111조6000억원에서 2029년 124조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 1301조9000억원에서 매년 100조원 이상 증가해 2029년엔 1788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말 49.1%에서 2029년 말 58.0%까지 높아진다.
한미 통상 협상 타결로 향후 대규모 대미 투자 의무가 발생한 점도 변수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