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수산업 현장을 가다 3 한국 수산업 혁신 자극

“수산업 ‘인공지능 전환’ 활용, 양식업 개방·경쟁력 갖춰야”

2025-11-28 13:00:01 게재

특수목적법인에 대기업 참여 가능 … 넙치 등 전통 양식업 경쟁력 강화 시도

노르웨이는 한국 수산업 혁신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자국에서 잘 먹지 않는 고등어를 잡아서 한국에 수출, 한국의 고등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양식한 대서양 연어는 한국의 외식산업에 자리잡아 넙치 등 한국의 양식어류 소비를 흔든다. 한국 원양어업을 상징하는 동원산업같은 식품기업이 노르웨이 연어양식 기업과 손잡고 국내에서 대서양 연어 양식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노르웨이 트론헤임에서 열린 양식산업 박람회 ‘아쿠아노르2025’를 돌아본 국립수산과학원 한국수산자원공단 관계자들과 양식기업인은 ‘한국 수산업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제자리에 정체한 한국 양식산업이 변화하기 위해 대기업이 참여할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업인들이 양식 관련 정보를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게 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진행 중인 수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활용해 넙치 양식에도 대기업이 들어와서 세계적인 식품산업으로 키울 수 있길 기대했다.

해양수산부는 ‘국가어업 AX플랫폼’ 사업을 진행하며 스마트수산업 혁신 선도지구를 운영할 특수목적법인(SPC)에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게 했다. 올해 말까지 지역과 품종을 정하고 내년 3~4월에 특수목적법인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추진 중이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지난 8월 노르웨이 트론헤임에서 열린 글로벌 양식산업 박람회 '아쿠아노르 2025'에 참여, 세계 양식산업 동향을 점검했다. 트론헤임 = 정연근 기자

8월과 11월 부산 기장군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 등에서 두 차례 진행한 간담회에는 수과원의 김형수 연구사(양식연구), 민병화 사료연구센터장과 한국수산자원공단 김수연 대리가 참여했다. 양식기업 아쿠아프로의 윤지현 대표도 아쿠아노르와 노르웨이 양식기업들을 둘러보고 함께 했다. 아쿠아프로는 넙치를 순환여과식으로 양식하며 폐사율을 줄이고 넙치 성장속도가 빨라 주목받고 있다.

내일신문(사회) = 해마다 많은 수산업 관계자들이 양식산업과 어선어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고민하면서 노르웨이를 방문한다.

노르웨이 기업과 합작으로 국내에서 대서양 연어 양식을 추진하는 대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넙치양식 등 전통 양식산업에서 변화는 더디다. 넙치양식 등에도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게 해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김형수 = 노르웨이는 대기업과 자본이 들어와서 연어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넙치라는 잠재력 있는 품종이 있다.하지만 넙치 생산량은 10년 동안 계속 연간 4만톤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출하 중량도 1~1.5kg짜리들을 주로 하고 있지만 이제 2.5~3.5kg짜리로 더 키워서 수출시장이나 국내 소비시장을 더 늘려야 한다. 가공이나 자동화 부문 투자도 하면 생산원가도 낮출 수 있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기존 넙치양식어가 등이 괜찮을지 우려도 있지만 기업이나 자본이 들어와야 시너지효과도 생기고 선순환되지 않을까. 양식산업이 다 같이 살려면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형수 연구사

윤지현 = 아쿠아프로는 작은 기업이다. 양식어가를 늘 만나는 수과원 분들이 대기업도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서 굉장히 놀랐다. 어민들이나 민원인들의 입장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게 쉽지 않을텐데,그만큼 우리 양식산업이 처한 현실이 절박하다는 말로 들린다. 넙치는 세계시장에서 연어보다 더 크게 성장할 잠재력을 가졌다. 대기업도 할 수 있게 문을 여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번에 ‘국가어업 AX플랫폼’ 사업도 그런 의미에서 준비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노르웨이에서 하이브리드방식(순환여과식 + 유수식)으로 육상에서 연어를 양식하는 ‘살몬 에볼루션’에 어떻게 투자를 받았는지 물어보니 사업계획 만들어서 투자자가 모였다고 했다. 파일럿(소규모 시범사업) 단계도 없었다. 수산업으로, 양식산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부러웠다. 우리는 수산업 하면 망한다는 불안이 있는데, 그 차이가 정말 큰 것 같다.

윤지현 대표

민병화 = 현재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소규모·노동집약적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로 태풍 고수온 적조 등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도 자주 발생한다.

폐쇄형 연안에서 밀집·밀식양식을 해 어장환경 수용력을 초과하고 있고, 생사료와 폐기자재 등이 양식장 아래 퇴적돼 오염부하도 크고, 어장 노후화로 질병이 발생하고 폐사도 많이 일어나 생산성도 낮다. 노동력과 자연에 의존해서는 미래산업으로 발전할 수 없다. 지금까지 영세한가족 중심의 경영구조에서 벗어나 양식업을 규모화 기업화해야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지배력도 넓힐 수 있다. 노르웨이가 그렇게 했다. 이제는 연어와 참치 외에도 대기업이 다양한 품종을 양식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정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어업인들도 개인이 아닌 조합 형태로 규모화해야 한다.

양식업체는 종자 사료 양식 가공 유통 등 가치사슬들을 통합해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가치사슬 중 한 곳에서 이윤이 적어도 다른 곳에서 더 큰 이익을 올려 전체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민병화 센터장

김수연 = 해수부가 국가어업 AX플랫폼 사업으로 올해 말까지 바다와 육지를 포함한 10만평 규모의 공간에 ‘스마트수산업 혁신 선도지구’를 선정한다. 해상 어류양식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경쟁력을 높이는 선도지구에는 대자본이 참여할 수 있다. 선도지구는 규제를 완화한 ‘규제 샌드박스’로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실패경험도 쌓여가고 있으니까 성공사례가 하나 나타나면 어업인들 반발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어업인들도 특수목적법인에 지분참여할 기회가 열려있다.

김수연 대리

내일신문 = 아쿠아프로에 투자유치는 어떻게 되고 있나

윤지현 = 대기업 투자유치는 계속 진행 중이다. 사모펀드는 잘 안 되는데, 우리 실적이 너무 적으니 실적을 한 두 개 쌓아서 오라고 한다. 어민들이 기존 양식장을 임대해 주면 사모펀드 자금으로 개조해서 운영하고, 수익은 기존 어가들과 나누는 식의 수익모델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논의중이다. 대기업 투자가 진행되면 그곳에서 운영하는 데이터를 갖고 사모펀드도 유치하려고 한다. 기존 어가와 경합이다, 아니다 이런 논란보다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수 있다.

내일신문 = 대기업도 넙치 등 다양한 품종을 육상에서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양식할 수 있게 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고, 인공지능 전환사업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우리 수산업, 양식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업인, 양식어가의 변화도 핵심 요소다. 주체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나

김형수 = 아쿠아노르에서도 봤지만 이제 어류양식에서도 웰페어 이야기가 나온다. 축산에서 동물복지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양식어류를 수조에서 옮길 때도 뜰채로 하지 않고 파이프를 통해 물과 함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옮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류복지에 대해 생소하고 인식도 잘 안 돼 있는데 이런 게 글로벌 표준이 되면 새로운 규제가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 관련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고, 어가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윤지현 = 양식장에서 밖으로 내보내는 배출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어민들도 이제는 배출수 문제를 생각한다. 물이 오염되면 그 물을 끌어들여 양식을 할 수 없으니까. 지금은 바꿀 수 있는 때가 됐다.

김형수 = 일본은 양식장 면허를 갱신할 때 데이터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어가는 어느 정도 입식했고, 그 중 얼마나 키워서 출하했는지 등 데이터를 명확히 갖고있다. 면허를 갱신할 때 그 데이터를 보여주고, 계획대로 잘 했으면 입식량을 올려주는 식이다. 관리를 잘 하면 혜택을 주고, 못했으면 입식량을 줄인다.

내일신문 = 양식하는 분들이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게 있나. 노르웨이는 정말 다양하게, 별별 것을 다 기록하고 보고하고 공개하며 공유하고 있었다.

윤지현 = 우리는 입식도 보고 안 해도 된다. 입식량을 신고하는 것은 보험을 받기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김수연 = 그러다 보니 데이터가 정말 부족하다. 통계청 사이트에 들어가면 산업별로 어지간한 데이터가 다 있다. 농업과 우주산업에 대한 것도 있다. 그런데 양식산업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나마 찾을 수 있는게 어류양식 데이터인데, 표본자료다. 인공지능 전환을 하겠다는 시대에 데이터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데이터를 달라, 그러면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식으로 정부와 어업인의 협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김형수 = AX플랫폼을 이용하는 어가들이 많이 나타나면 출하시기가 몰릴 수 있다.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데이터도 나올 수 있고, 이력추적 데이터도 나올 수 있다. 지금은 양식어가들이 기록도 남기지 않고 다른 곳에 알려주지도 않는다. 넙치 양식장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양식을 한다. 정보를 공개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김수연 = 기록하는게 번거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기록하는지도 잘 모른다. 우리 공단에서 양식종자 실태조사를 위해 전수조사를 하는데, 조사를 한다면 어민들은 싫어한다. 실태조사를 하는 최종 목표는 자동측정돼 데이터가 공단으로 오게 하는 것, 즉 조사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가 입장에서는 너무 조사를 많이 받고 있고, 그래서 조사에 협조하는 게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지현 = 노르웨이 출장가서 양식장 매니저에게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물어봤다. 1kg의 연어 스몰트(담수에서 해수로 나갈 준비가 된 연어) 생산할 때 시간당 7kw를 쓴다고 답하더라. 너무 놀랍고 부러웠다. 전체 전기료를 알고 전체 생산량을 알면 나누기로 나오는 숫자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파악하고 있는 어가가 얼마나 될까. 노르웨이는 기록하고 분석을 한다. 여기서 원가가 얼마 들어가니까 어떻게 줄여야 한다는 게 공정상 다 나오고, 모든 게 기록되게 돼 있다. 사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모든 비용 항목들이 다 기록되고 다 계산되고 있다.

민병화 = 양식산업이 체계적으로 발전하려면 결국 산업 종사자 개개인들의 내부역량을 개발해야한다. 양식업체들은 양식업을 기업화하고 기업경영하는 것으로 확대해야 한다. 법인은 기록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연구기관들은 양식업체 개개인들의 경험과 기술을 지식화할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사료도 생사료를 배합사료로 바꾸고, 사료와 에너지등 자원을 적게 사용하는 산업으로 바꿔야 양식산업도 지속가능할 것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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