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동의의결안에 기존 이용자 보상 빠지고 제재 실효성 없어” 반발 확산

2025-11-28 13:00:01 게재

공정위, 유튜브 끼워팔기 동의의결안 결국 수용

민변·참여연대 “본질적 문제해결에 역부족” 비판

불공정행위로 국내시장 장악 … 자진시정으로 ‘끝’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 유튜브 끼워팔기 동의의결(자진시정)안을 확정하자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시민단체 의견이 일부 반영됐지만 기존 이용자 보상안이 없고 본질적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사업자가 스스로 마련한 시정 방안을 공정위가 받아들이면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없이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전날 공동 논평을 통해 공정위의 동의의결안 최종 확정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국내 음반업계도 반감이 적지 않다. 구글이 불공정행위로 국내음반시장을 장악하고도 자진시정안으로 ‘면죄부’를 얻게 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음반업계 관계자는 “불공정행위를 하더라도 한국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상압력 효과”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시정안보다 진전됐다지만 =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5월 ‘유튜브 끼워팔기’ 사건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핵심기능을 제외한 ‘유튜브 라이트’ 요금제를 제시했다. 당시 안드로이드 8500원, iOS 1만900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해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민변, 참여연대,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 21명은 지난 8월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핵심기능이 제거된 상품에 대한 가격 책정 문제, 기존 피해 소비자에 대한 구제 방안 부재, 적극적 거래질서 개선 미흡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종 동의의결안에는 이러한 의견이 일부 반영됐다. ‘백그라운드 재생’, ‘오프라인 영상 저장’ 등 유튜브 프리미엄의 핵심 기능을 포함한 ‘유튜브프리미엄라이트’ 상품이 출시된다.

민변은 공정위의 최종 동의의결안에 대해 “일정 부분 개선이 있었지만 본질적 문제 해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유튜브라는 지배적 플랫폼을 활용해 음원시장에 진입, 공정거래질서를 훼손해왔다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 이용자에 대한 보상안이 빠진 것도 큰 문제”라며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나 강제적 시정 조치 없이 동의의결로 종결한 만큼, 실효성 있는 이행관리를 위한 구체적 이행점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재편된 음원시장 복구는? = 민변과 시민단체 반발의 핵심은 구글의 불공정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았음을 물론 불법재편된 음원시장을 복원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 2018년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하면서 음원 서비스까지 끼워팔아 멜론·지니뮤직 등 국내 업체들이 주도했던 음원 시장에서 1위 사업자가 됐다. 당시까지 국내 음원시장을 장악하던 일부 국내 업체들은 폐업하거나 겨우 2~3위권을 유지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실제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유튜브 뮤직 월간 사용자는 979만명이다. 국산 음원 플랫폼인 멜론(601만명)과 지니뮤직(260만명), 플로(176만명)를 합한 사용자에 육박할 정도다. 유튜브 뮤직은 2021년 만 해도 이용자가 403만명으로 멜론(689만명)보다 적었지만, 유튜브 프리미엄 출시 2년 만인 2023년 멜론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2023년 2월부터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 거래 강제 혐의로 구글 조사를 시작했는데, 2년3개월여 만에 제재 대신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구글·MS 같은 미국 빅테크 규제에 반대해온 미 정부와 겪을 통상 갈등을 의식해 동의의결이란 쉬운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와 달리 유럽연합(EU) 등 해외의 경쟁 당국은 미국 빅테크 제재를 밀어붙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애플에 과징금 5억유로(약 7806억원), 메타에 2억유로(약 3122억원)를 부과했다. 애플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른 외부 결제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을 막은 행위, 메타가 서비스 이용료를 내지 않은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광고 목적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도록 사실상 강제한 점을 문제 삼았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7일 한국소비자원을 방문.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미국의 압력 통했나 = 공정위는 “소비자 편익 등을 종합해 고려하면 그나마 현실적인 제재방안”이란 입장이다. 소송까지 가더라도 현 동의의결안을 넘어서는 판결을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구글이 동의의결안에서 제시한 ‘라이트 상품’은 한국 출시예정 상품이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이번에 광고를 제거할 뿐 아니라 백그라운드 재생 및 오프라인 저장 기능까지 추가한 라이트 상품을 한국에 출시하겠다는 시정 방안을 내놓았다. 실제 현재 다른 국가에 서비스하는 정식판 라이트의 경우 광고는 제거되지만, 백그라운드 재생이나 오프라인 저장 기능은 없다. 가장 기능이 충실한 라이트 요금제를 한국에서 처음 내놓겠다는 것이다.

다만 공식 뮤직비디오와 같은 음악 콘텐츠나 별도의 음원 권리자가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백그라운드 재생이나 오프라인 저장 기능이 제한된다.

따라서 유튜브 뮤직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는 동영상은 유튜브 라이트로 이용하고, 음악은 유튜브가 아닌 다른 음원 스트리밍을 구독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공정위는 내다봤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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