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항해운은 국가기간산업이다
김진권 국립한국해양대 교수
최근 세계 각국이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해양력 강화를 내세움으로써 해운업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으며, 국민적 관심도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자율운항선박과 친환경선박 등 기술적 변화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이 함께 추진하는 ‘미국조선산업 부흥’(MASGA) 프로젝트와 미국의 조선 및 항만 인프라법‘(SHIPS Act), ’미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 Ensuring Naval Readiness Act) 등과 같은 정책으로 인해 해양력이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해양 강대국들 사이에 놓인 사실상의 ’섬 국가‘이며, 산업화 초기였던 1960~70년대 해외취업 선원이 벌어들인 외화 4억3900만달러는 당시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벌어들인 외화의 4배가 넘을 만큼 국가경제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외항해운보다 관심 적은 내항해운
해상인력은 조선산업 발전에도 기여하여 세계 1위 조선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늘날 우리 해운산업은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담당하는 필수 물류산업이자, 유사시 전략물자 운송을 수행하는 제4군으로서 국가안보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종종 간과되는 사실은, 해운산업의 또 다른 축인 내항해운이 외항해운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임에도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항해운과 내항해운은 모두 국가기간산업의 핵심 축이다.
내항 화물운송은 국내 항만 간 물류 흐름을 이어주며 대량 화물을 저비용·고효율로 운송할 수 있는 친환경 운송수단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도로 대비 1/6 수준으로, 탄소저감형 물류체계 구축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인해 각 국가는 외국선박의 연안무역금지제도인 ’카보타지‘를 도입해 연안해운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연안여객운송 또한 470여 유인도서 주민의 일상적 이동과 생필품 공급을 책임지는 생활 인프라(SOC)이자, 해양관광 증가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중요한 산업이다.
2023년에는 약 1330만명의 여객과 1억1550만톤의 화물을 내항해운을 통해 운송했다. 비상시에는 ’비상대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략물자 운송을 수행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선원문제 심각, 지속가능 위협받아
그럼에도 내항해운은 고령화된 내항선원, 신규 인력 부족, 외국인 해기사 도입 지연 등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기 공교육 인력의 대부분이 외항으로 진출해 내항해운이 교육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이로 인해 한국해운조합은 자체 예산으로 6급 해기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며 최소한의 인력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내항선원 소득세 비과세 확대는 미국·노르웨이·독일·싱가포르 등 해양강국들이 해양력 유지를 위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적극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항과 내항 모두가 국가경제와 안보의 주춧돌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내항해운의 지속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한민국 내·외항을 아우르는 해운산업은 보다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