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가난한 노인, 자산관리도 취약

2026-04-21 13:00:24 게재

최근 보험연구원이 고령자들의 금융지식과 행동을 조사한 결과가 충격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한국의 노인들이 가난하고 자살률이 높다는 등의 문제가 지적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여기에 이번 조사는 한국의 고령층이 자산이나 부채를 관리할 능력도 낮다는 점까지 확인해줬다.

보험연구원이 55~79세 3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9.2%가 부채를 갖고 있었고, 이 중 61%는 과도한 부채를 호소했다. 은퇴 후 가구 월소득은 은퇴 직전 1년간 평균 월소득의 56.0%에 그쳤다.

이들은 평생을 모은 자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금융지식이 낮다 보니 각종 금융사기에 노출됐고, 치매 등 고령 질병으로 인해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될 위험도 있다. 그런데도 재무관리 의사결정 시 조언을 구하는 비율은 43.1%에 불과했다. 이중 금융전문가나 공공기관의 도움을 구한다는 응답은 25%로 더 낮았다. 반면 금융지식이 낮을수록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는 이들은 상당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5월, 2023년 기준 고령 치매환자 124만명이 보유한 치매머니가 154조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몸이 아프거나 치매 등으로 자산을 관리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가족이나 전문가에게 재정 관련 업무를 위임한 경우는 16%밖에 안됐다. 사망 이후 상속이나 증여 문제를 준비하지 않은 경우도 44%로 드러났다.

금융지식이 낮다 보니 금융사기는 물론 불법 사금융·채권추심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BNP파리바카디프와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가 지난해 전국 50세 이상 1000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 상담을 원한다는 의향을 나타낸 응답자는 58.7%에 지나지 않았다. 법적 절차를 거짓으로 안내하거나 변제금 마련을 강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러한 불법추심을 알게 되더라도 40% 이상이 ‘회피 및 무대응’이라고 답했다. 무기력한 상황이다.

공공이 담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많은 민간 금융회사들이 고령자를 포함한 금융취약계층에게 교육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민층보다는 자산가들에 집중됐고, 상품 판매 영업으로 오인해 참여도가 낮은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보험연구원 연구진은 대안으로 공적 재무관리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고 무료인 금융감독원이나 국민연금공단 등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를 중점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발 나아가 복지망을 통한 입체적인 지원도 고민해볼 수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은퇴자를 위한 공공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업무 투입 전 금융교육이나 재무관리 상담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삽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오승완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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