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회복 의료접근 전환

“건강수명 하락…예방중심 의료전환 시급”

2026-04-21 13:00:01 게재

개인 건강관리·AI의료 접목, 일차의료 강화 속도내야 … 학교·직장 생활현장 기반 건강관리 필요

코로나19 이후 국내 보건의료 환경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기대수명 증가에도 불구하고 건강수명이 감소하는 이례적 흐름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치료 중심 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만, 만성질환, 정신건강 문제 등 생활습관과 밀접한 질환이 급증하면서 예방 중심 정책과 일차의료 역할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의료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며 의료 접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본지는 14일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에서 진행된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 인터뷰를 통해 건강수명 회복을 위한 정책 방향과 의료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짚어본다.

국내 건강수명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보건의료 정책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수명이 2022년 69.9세로 2018년 70.4세에 비해 떨어졌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격차도 0.5세 더 벌어졌다. 코로나19 이후 건강 지표 악화와 함께 만성질환, 비만, 정신건강 문제가 복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이제는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언급하면서 △예방 중심 전환 △일차의료 강화 △디지털·AI 기반 혁신을 강조했다.

●건강수명이 감소한 원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은

최근 건강수명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이 있다. 특히 고령층 사망 증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신체활동 감소와 비만 인구 증가 등 생활습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건강수명은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최근 감소는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20~30대 청년층부터 만성질환 예방과 정신건강 관리에 개입해야 한다. 또한 비만, 흡연, 음주 등 위험요인을 줄이는 예방 중심 건강증진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 아울러 건강격차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소득과 지역에 따른 건강 수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취약계층 대상 건강관리 서비스 강화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강재헌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현)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정교수·미래헬스케어본부장/(현) 성균관의대 미래헬스케어연구소 소장·임상영양연구소 소장/(전) 호주 시드니대학교 부속 RPA 병원 비만센터 교환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2024~2025)/대한디지털치료학회 회장(2024~2025/대한비만학회 회장(2021)/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근정포장 수상(2017)/서울대학교 의대 졸·예방의학 박사 사진 이의종

●일차의료 강화,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일차의료 강화의 핵심은 ‘사람과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먼저 양질의 일차의료 인력 양성이 부족하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영양사 등 팀 기반 인력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수가체계는 상담·교육 등 핵심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검사 중심 보상 구조로는 일차의료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디지털 인프라 역시 미흡한 수준이다. 의뢰·회송 체계와 데이터 연계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상급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주치의제가 시범사업에 머물지 않도록 조기 확산 전략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주치의가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진료를 하면서, 상급병원 진료가 시급한 환자는 주치의를 통해 상급병원으로 빠르게 연결되는 ‘패스트트랙’ 구조가 핵심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금년 하반기부터 시작하는 일차의료혁신시범사업을 2028년까지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 기간 시범사업이 가급적 큰 규모로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야 본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비만·정신건강 문제의 원인과 대책은

청소년 건강정책과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로 ‘거시적 예방정책 부재’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정책은 여러 사업을 나열한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실질적인 재원 투입과 실행력이 부족하다. 또 의료현장에서 예방행위에 대한 보상이 없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작용한다. 정신건강 영역에서는 일차의료 기반 관리체계 부재가 핵심 문제다. 우울증 유병률이 매우 높지만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및 의뢰를 실시하는 일차의료 시스템이 미비하다.

해법으로는 학교와 직장을 중심으로 한 생활 현장 기반 건강증진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학교는 평생 건강습관이 형성되는 핵심 공간이며 직장은 성인 건강관리의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다. 이와 함께 설탕세 등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다만 취약계층이 더 부담하게 되는 소득 역진성 문제를 고려해 세수를 반드시 건강증진 사업에 재투자해야 하고, 취약계층에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국민의 자기 건강관리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공공보건의 역할을 다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보건소는 진료 기능보다 건강교육과 예방 중심 역할로 전환해야 하는 게 시대 흐름에 적합하다고 본다. 또 주치의제 활성화를 통해 의료현장에서 교육과 상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약물·검사 중심 보상에서 벗어나 상담·교육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 AI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일반 국민은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성이 검증된 의료 AI가 건강상담을 보완해야 한다. AI 기반 상담·관리 시스템은 의료인 부족 문제를 보완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4~5년 내 구현 가능한 AI 의료서비스는

단기적으로 세 가지 영역에서 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는 예방 중심 맞춤형 관리 서비스다. 웨어러블과 AI를 활용해 개인별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는 체계다. 둘째는 의료진 업무 효율화다. 생성형 AI 기반 의무기록 자동화와 영상진단 보조 시스템이 의료현장에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는 환자 참여형 의료 생태계다. AI 기반 비대면 진료, 건강관리 비서, 마이데이터 기반 통합 진료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 일부 병원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5년 내 대부분 의료기관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

● 해외 사례 중 국내 도입이 필요한 분야는

해외에서 도입할 수 있는 AI 의료기술을 세 축으로 보면 우선 영상 판독 AI는 국내에서도 활발히 개발과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즉시 확산 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또 생성형 AI 기반 의료기록 자동화는 의료진 번아웃 해소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만성질환 원격관리 역시 고령화 사회에서 필수 인프라로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AI 신약개발 분야도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해외 선도 기술을 적극 도입해 발전시켜야 한다.

●국민 건강 향상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주치의제도 추진과 예방 중심 의료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현재 의료 시스템은 치료 중심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다. 질병이 악화된 뒤 치료하는 구조는 비효율적이다. 이제는 예방과 조기 개입 중심으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국민과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비만 만성질환 암 등 주요 질환이 생활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건강관리 노력이 필수적이다. 국민 스스로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을 실천해야 하며 국가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병들기 전,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을 보건의료정책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강 교수는 “초고령사회인 한국사회에서 보건의료·건강정책의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며 “건강수명 회복을 위해 정책, 의료, 국민 모두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