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바람직한 정년연장의 모습
고령화율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고령자의 생활 안정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연금수급개시 연령이 점차 상향 조정되어 2033년에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현재 법정정년은 60세에 머물러 있어 최대 5년의 소득공백이 발생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위축과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
일본식 유연 모델 사례 참고할 필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노사 자율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정년과 고용을 조정해 왔다.
첫째, 일본에는 제도로서의 임금피크제가 없다. 50대 이후 임금하락은 정부 정책이 아니라 1990년대 60세 정년 도입 과정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조정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임금피크제를 제도화하면서 오히려 갈등요인을 키웠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둘째, 일본의 법정정년은 여전히 60세이지만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2024년 기준 계속고용제도 67.4%, 정년 연장 28.7%, 정년 폐지 3.9%로 나타난다. 계속고용제도는 정년 이후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고용형태와 임금, 근무조건을 노사가 새롭게 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에도 기존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고 고령자의 생산성과 생계비 수준을 반영해 임금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년연장을 경직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정년 이전의 임금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인식 때문에 기업 부담이 커지고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기 쉽다. 노동계는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경영계는 일본식 고용확보조치를 선호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는 제도 도입 자체보다 갈등관리가 더 큰 과제가 될 수 있다. 이에 유연한 정년연장이 필요하다.
첫째, 우리나라는 60세 정년제가 법제화되면서 노사자율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다양한 고용방식을 선택하도록 맡길 경우 노조는 정년연장을, 기업은 계속고용제도를 고수하면서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년연장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정년 연장자의 임금은 평균 생계비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년연장의 목적은 연금 수급 이전의 소득공백을 해소하는 데 있지 기존 임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임금조정이 없다면 기업은 조기퇴직을 유도할 유인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임금조정은 불가피하며 정년연장은 2~3년에 1세씩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공평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년연장이 특정 집단에만 유리하게 작용해서는 안되며 현역 노동자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연공임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기업기여도 직무 책임 생계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우를 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노사가 한 걸음씩 양보해 지속 가능한 해법 마련해야
결국 고령사회에서 국민 생활 안정은 정년제도와 연금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45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지금부터 고령자 고용과 사회보장의 균형을 모색해야 하며, 65세 정년연장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노사가 한걸음씩 양보해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