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김범석 책임론’으로 번져
국회 과기정통위원회서 여야 한 목소리 제기 … 1조원대 과징금 부과 주장도
고객 3370만명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미국 법인이자 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의 책임론을 제기한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강경대응에 당국도 쿠팡에 최대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쿠팡사태와 관련해 긴급 현안질의를 했다.
이날 상임위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와 브랫 매티스 쿠팡 CISO(정보보안 최고책임자)가 출석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 의장의 행방을 묻고 사과를 요구하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김범석 의장이 직접 국민께 정중히 사과하길 원하고 있다”며 “그는 항상 뒤에 숨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김범석 의장은 대한민국을 통째로 흔들어놓고 사과 한마디도 없다”면서 “(박대준 쿠팡) 대표만 총알받이하고 샌드백하라는 얘기다. 한국이 그렇게 우스운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번 사태는 한국 법인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한국 사업 최종 결재권자로서) 끝까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영업은 한국서, 지배는 미국서 =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독특한 쿠팡의 지배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 본사격인 쿠팡아이엔씨는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아이엔씨의 의결권 74.3%를 가진 실질적 지배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법인 지분만 갖고 있는 김 의장은 국내 계열사 지분이 없어 공정거래법상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하고, 국외 체류를 이유로 국정감사 출석 등을 회피하고 있다.
쿠팡이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거두고 국내 소비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면서도 미국 법인이자 상장사라는 이유로 국내에서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쿠팡아이엔씨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었다. 올해는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사업과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제외하면 매출의 90%가량이 한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민단체들도 김 의장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유출 사고의 원인과 실질적 배상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김범석 의장은 소비자에게 사죄하고 책임있는 해결 방안을 발표하라”고 주장했다.
◆“과징금 최대한 부과해야” = 또한 과기정통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최대 1조원 이상의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부 의원들은 필요하다면 영업정지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매출액이) 작년도 기준으로 봤을 때 41조원쯤”이라며 “(과징금이) 1조원 이상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한 사안이고 이런 경우에는 과징금이 엄중하게 최대한 부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할 일인데 영업정지 가능 여부는 체크를 해 봤느냐”면서 “전자상거래법 32조 2항을 보면 통신판매로 재산상의 손해가 났을 경우 영업정지를 할 수 있다. 이것은 영업정지 정도가 고려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들도 엄격한 조치를 약속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정렬 부위원장은 최대 1조원대 과징금 부과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출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판단된다”며 “안전성 확보 조치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일부 면책이 가능한데, 이 부분의 입증 책임은 쿠팡에 있다”고 말했다.
◆쿠팡페이 결제정보 유출 점검 = 과기정통위 현안질의와 별개로 금융당국도 쿠팡사태에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쿠팡사태와 관련해 자회사 쿠팡페이의 결제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고 정보관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2일 쿠팡페이에 현장조사 예고통지서를 발송했다.
이번 점검은 쿠팡의 핀테크 자회사인 쿠팡페이의 결제정보까지 유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유출이 확인될 경우 조사 단계가 ‘검사’로 격상될 수 있다.
앞서 쿠팡페이는 결제정보 유출 피해가 없다는 취지로 자체 검사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국은 쿠팡측 보고만으로는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현장 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또 이번 조사에서 쿠팡페이의 결제정보 처리·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안정성 확보 의무 준수 여부 등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여부도 살펴볼 계획이다.
장세풍·정석용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