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종식 피로감…사회대개혁·민생 전환을
대통령·여당, ‘내란종식’ 밀어붙이기
일부 조사 ‘정권지지론-심판론’ 팽팽
이재명 대통령과 거대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 1년을 지난 변곡점에서 오히려 ‘내란종식’에 힘을 실었다. 최소한 지방선거까지는 ‘내란종식’ 프레임으로 치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당내 소장파와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피로감’과 같이 ‘내란종식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광장의 목소리’를 담은 ‘사회대개혁’과 청년고용 등 ‘민생’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더 이상 비상계엄사태를 붙잡고 밀어붙이면 수렁에 빠질 수 있다”며 “특검과 사법부에 맡기고 물가, 고용 등 민생과 시민들과 약속한 사회 대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성지지층이 요구하는 내란종식에 쏠리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며 “태세전환을 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강성지지층의 요구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1주년인 3일 이 대통령과 여당은 ‘내란종식’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내는데 주력했다. 정청래 당대표가 나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추가 특검 추진을 재확인했고 이 대통령은 ‘정의로운 통합’을 강조하면서 “분명한 것은 지금 현재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고 말해 여당 행보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사법개혁은 이달 안에 처리하고 다음달에는 ‘2차 특검’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채 해병 특검에 이어 오는 14일엔 내란특검이 종료될 예정이다. 오는 28일엔 김건희 특검까지 마무리된다. ‘2차 특검’이 150~180일 정도의 수사기간을 확보하게 된다면 최소한 지방선거 전까지 내란종식 프레임이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계엄 1년’을 넘어서면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야당, 시민단체들과 ‘빛의 광장’에서 약속했던 ‘사회대개혁’ 약속에 대한 이행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또 고달픈 민생이 회복되지 못한 채 주거 고용 물가 등의 어려움에 휩싸여 있는 현실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구도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려는 정권지지론이 정권심판론보다 높지 않은 수준까지 내려앉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005명을 대상으로 내년 지방선거 구도를 물어본 결과 ‘국정지원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7.2%,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45.8%였다. 오차 범위 안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의 안일원 대표는 “최근 들어 청년층의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이라며 “정권견제론과 국정지지론이 팽팽한 것은 민주당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에 응답을 기피하는 ‘샤이보수’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란종식에만 매몰되지 말고 청년 등의 민생에 전향적인 투자와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이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태세’ 전환이 가능하지만 민주당의 현재 모습은 브레이크가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