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2025-12-10 13:00:01 게재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많이 훼손되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의 부족함도 포함된다. 특히 기업 활동의 생태계 조성·확충·고도화 등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이 ‘기업 대 기업의 경쟁’에서 ‘공급사슬 대 공급사슬의 경쟁’으로, 더 나아가서는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대 생태계의 경쟁’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글로벌 혁신지수 등에서 비교적 상위에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생존 번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상황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해 혁신의 길을 가야한다. 개혁이나 혁신 없이는 생존 번영할 수 없는 ‘혁자생존’의 시대이다.

개혁이나 혁신 없이 생존 번영할 수 없는 ‘혁자생존’ 시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적합한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이다. 앨빈 토플러는 기업경영환경은 마하의 속도로 변하고, 기업들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변하는데, 법은 시속 1마일의 속도로 변한다고 했다. 법이 빠르게 변하는 변화의 흐름이나 방향 그리고 내용을 제때,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정부나 여야 정치권의 국가지도자들이 진실된 마음으로 음미해야 할 중요한 얘기다. 1970~1980년대의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볼 줄 알아야 하고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대부분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제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여서는 안된다. 국가의 전략과 부합되는 업체나 첨단기술 그리고 시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적자원, 디지털경쟁력,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수준 등 미래의 성장산업에 필요하고 중요한 자원들이 많이 있다.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노동환경의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통한 기업경영의 예측가능성 제고는 매우 중요하다.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상생의 문화다. 또 하나의 자본으로 인식되고 있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사회적자본의 핵심 중의 하나는 경제주체들 간에 존재하는 질과 그것을 둘러싼 생태계다. 다행히 최근 주요재벌 총수들이 하나같이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이 중견기업 나아가서는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많이 노력해야 한다.

노동조합 등 노동세력도 상생의 마음을 키워야 한다. 한국의 중요한 무형자산인 집단과 개인들 간에 균형을 유지하려는 마음을 더욱 키워가야 한다.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매우 높은 덴마크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상위권에 있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연구개발 지원, 인재육성, 기업활동 존중 등도 고려해야 할 이슈들이다. 세계은행의 기업환경 평가지표에는 환경, 건축 인허가, 전력, 소수 투자자 보호, 국경 간 분쟁, 투명성, 인권존중, 반부패 세력의 유무, ESG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러한 항목들의 절차 시간 비용 효율성 등을 평가하고 있다. 에너지 문제는 우리나라가 풀어야 할 중요한 이슈다.

기업들의 미래지향적 가치창출 활동이 경제성장의 핵심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미래지향적 가치창출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중국이 단기간에 많은 성장을 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 정부가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원락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이사 전 코스닥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