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미래 30년 ‘실천과 체감의 시간’
‘주민주권 지방정부’ 구현 목표
행안부, 지방자치 미래비전 내놔
◆관료 중심에서 주민 중심으로 =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최근 일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70% 이상이 ‘지방자치제도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성과를 체감한다고 답한 국민은 36% 뿐이다. 특히 직접 지방자치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국민은 14%에 불과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방자치 시행 30년을 맞아 진행한 이 설문조사 결과는 지방자치 제도 개혁 과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정부가 새로운 지방자치 미래비전을 설계하며 주민참여 확대를 핵심 기치로 내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주민참여의 시작은 주민자치회 구성이다.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단위 주민자치조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의 46.1%에 해당하는 1641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12년 동안 시범운영해온 주민자치회를 전국 3551개 모든 읍·면·동에 일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고 있다. 이미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읍·면·동장 주민선출제도 시범 실시한다. 이는 1960년 제3차 헌법 개정 때 지방자치단체장 주민 직선을 명시한 조문을 되새기게 한다. 당시 헌법 제97조 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 방법은 법률로써 정하되 적어도 시·읍·면의 장은 그 주민이 직접 이를 선거한다’고 명시했다.
◆지방자치단체 대신 지방정부 = 행정안전부가 지난 11월 19일 울산에서 열린 지방시대엑스포에서 내놓은 지방자치 미래비전의 첫 자리를 ‘주민주권 지방정부’가 차지한 것도 같은 이유다. 행안부는 이날 주민자치회 전면 도입과 함께 주민투표·주민소환 실효성 강화 등 주민이 지역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정책을 여러모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앞으로의 지방자치는 참여, 연대, 혁신의 가치를 토대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주민은 주권자로서 우리 삶과 직결된 정책을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새로운 목표다. 정부는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동반자 관계로 규정하고, 지방정부가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포괄적 자치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앞으로 지방정부로 변경해 부르겠다고 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윤호중 장관에게 ”지방정부는 또 하나의 주권 단체로, 그것을 지자체라고 해서 계 모임이나 임의단체처럼 만들면 안 된다”며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정분권·권한이양 속도 = 제대로 된 자치를 위해서는 ‘돈’과 ‘권한’이라는 실질적인 수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는 중앙에 집중된 국세 체계를 개편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수준으로 조정하는 재정분권 로드맵을 가동한다.
이를 위해 국세의 지방세 이양뿐만 아니라 지방교부세율 상향, 지역별 세원 다각화 등을 통해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목매지 않고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문제를 극복하는 일도 지방자치 앞에 놓인 숙제다. 그래서 내놓은 전략이 이른바 5극 3특 정책이다. 이를 위해 5대 초광역권에 정책 연합체를 설치하고, 3개 특별자치도에는 맞춤형 자치모델을 구현해갈 계획이다.
또 인구감소지역 세제·보조율 차등 지원 원칙을 확립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사람·일자리·마을 활력사업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지방시대위원회가 국토균형성장을 위한 재정 정책 지원체계를 지방우대로 전면 재설계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방균형발전과 삶의 질 격차 해소를 위해 지방우대 사회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며 “우선 내년부터 아동수당 등 7개 사업에 대해 특별·우대·일반 3단계로 구분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치만 정부가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정부의 강한 실천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량도 키워야 한다. 주재복 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제시한 지방자치 미래비전이 선언으로서 의미가 크지만 실현 여부는 앞으로의 정책 설계, 재정 편성, 지역과 주민의 참여에 달려 있다”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허명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