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지방행정기관’ 지방이관·명칭변경 촉구
시도지사협, 특행기관 쇄신 국회 토론회
국회입법조사처 ‘이관 필요’ 보고서 발간
전국 시·도지사들이 특별지방행정기관 이관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 전에 ‘지방’이라는 표현부터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지방정부가 지방자치 부활 이후 30년째 요구해온 일인데 중앙정부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해묵은 과제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민형배·이달희 국회의원과 함께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특별지방행정기관 65년, 변화와 쇄신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기능·인력 등의 지방 이양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이란 특정한 중앙행정기관의 업무 중 지역적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치한 행정기관을 말한다. 인천지방국세청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제주지방해양경찰청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명칭 개선방안’과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이관 추진 방향’이 논의됐다. 우선 특별지방행정기관 명칭에서 지방을 삭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민봉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은 “서울지방국세청이나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 같이 현재 124개의 특별지방행정기관에 지방이라는 표현을 무려 65년 동안 사용하고 있어 중앙과 지방 관계 발전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미 관할 또는 소재 지역명이 포함된 특별지방행정기관 명칭에서 지방이라는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별지방행정기관에 지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문제지만 특별하지 않은 기관에 특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문제”라며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지역관할행정기관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방이라는 표현을 뺀 사례도 있다. 경찰청은 지난 2021년 자치경찰제 시행을 계기로 서울지방경찰청 부산지방경찰청 등 지역 경찰청에 붙어있던 지방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서울경찰청 부산경찰청 등으로 바꿨다.
좀 더 본질적으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기능·인력·재원 등을 지방정부에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태웅 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에 6대 분야 7개 특별지방행정기관이 이관된 사례를 심층 분석해 전국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며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에서 지속적으로 지방이양 사무를 발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논의는 국회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이달희 의원은 지난 11월 특별지방행정기관을 특별관할행정기관으로 정비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의원은 “지방정부가 능동적으로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효율적인 국가행정과 종합적인 지방행정을 막고 주민의 혼란과 불편을 끼치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기능·인력·재원 등을 지방정부로 적극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9일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이관은 왜 지체되고 있나’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지방분권 강화와 행정 효율성 증진 등을 위해 중앙정부 소속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이관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보고서에서 “지방자치분권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이관을 적극 추진하며 지방이관을 위한 추진·실행계획 수립, 인력·재정 등의 동시 이관을 위한 사전 작업,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 지방일괄이양법 마련, 광역적 사무는 광역연합인 특별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는 방안 고려 등 다각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는 모두 5079개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이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1차 기관은 255개, 2차 기관은 830개, 3·4차 기관은 3994개다.
이들 기관의 지방 이관 필요성은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계속 제기된 문제지만 실제 이관된 실적은 거의 없다. 올해 8월에도 17개 시·도지사가 정부 부처에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정부 이관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