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높은 수익률 보장 안해”

2025-12-11 13:00:01 게재

경총 ‘퇴직연금 발전방안’ 세미나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어 가입자 이익과 시장 효율성 관점에서 균형 있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퇴직연금제도 발전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431조7000억원 가운데 82.6%(356조5000억원)를 차지하는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은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이 2.3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노사가 조성한 기금을 전문 운용기관(수탁법인)이 대신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인 ‘계약형’은 개별 기업이 금융회사와 계약해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성주호 경희대 교수는 발제에서 국내 현실에 적합한 기금형 모델로 인적·물적 요건을 갖춘 금융기관이 수탁법인 업무를 대행하는 ‘금융기관 기금형’을 제시했다.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퇴직연금공단’(가칭) 설립을 통해 정부가 지속적·체계적으로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성 교수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업 자체가 ‘안전성’ 위주로 돌아선 데다 가입자의 보수적 투자 성향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며 “기존 금융기관의 계약형과 신설 자산운용기관의 기금형 간 수익성 경쟁이 가입자 이익과 시장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어진 토론에서 박민기 은행연합회 WM(자산관리) 실장은 “기금형 제도 자체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인프라 구축 및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수익률을 저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계약형 제도에 투자일임 및 집합운용을 허용해 더 낮은 비용으로 기금형과 유사한 자산 배분 효과를 구현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도 “기금형에 대해서는 수익률에 매몰된 논의보다는 수급권 안정성, 중도해지나 일시금 등의 유동성 제약 여부, 가입자 대표성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특히 사업주의 부담이 확정된 확정기여형(DC)에 한해 기금형을 도입하는 경우 100%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노동자가 거버넌스의 주축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양희 생명보험협회 상품지원부장은 “퇴직급여의 후불 임금 성격을 고려할 때 운용 손실 발생 시 이해관계자 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기금형 제도 도입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며 “불가피하게 기금형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수익률이 올라도 근로자 편익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확정급여형(DB)은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유성 금융투자협회 연금부장은 “수익률은 실적배당상품 중심의 자산배분이 잘 이뤄져야 한다”며, “적립금운용계획서(IPS) 활성화, 디폴트옵션 제도 개선,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 확대 및 실적배당형 연금상품 확산으로 자산배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기금형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기금형을 도입한다면 가입자 이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도 시장 효율성 관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운용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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