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닥터나우 금지법’ 제동
비서실장 주도 장시간 토론 후 숙고 주문
의·약사, 의약품 판매 플랫폼 금지법 지지
민주당 의원들 “제 2의 타다법 우려” 반발
더불어민주당 김 윤 의원이 발의한 ‘닥터나우 금지법’(약사법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에서 걸렸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제 2의 타다’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숙고를 주문하고 나선 때문이다. 민주당은 보건복지위 의원들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위원들간의 모임을 통해 의견조율에 들어갈 예정이다. 닥터나우 금지법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인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사와 약사업계는 강력하게 찬성하는데 반해 벤처·스타트업업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와 국회 복지위 전문위원실에서는 ‘금지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훈식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내부 회의에서 (닥터나우 금지법과) 관련한 긴 토론이 있었다”며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숙의를 거치자는 쪽으로 논의됐다”고 말했다.
닥터나우 금지법은 복지위, 법사위를 속도감 있게 통과했으며 본회의까지 올라갔지만 지난 9일 상정되지 못한 채 계류상태로 남아있다. 대통령실의 지난 8일 내부회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민주당 이소영 의원, 김한규 의원, 전용기 의원 등도 페이스북을 통해 ‘반대’ 의견을 내놨다. 김 의원은 “‘제 2의 타다 금지법’, 닥터나우 방지법에 반대한다”며 “혁신을 가로막고 국민 편익을 후퇴시키는 퇴행적 입법”이라고 했다. 그는 “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정작 새로운 시도가 나올 때마다 규제로 옭아맨다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속 빈 강정’이 될 뿐”이라며 “이번 규제는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기술적 시도를 정면으로 막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적법하게 취득한 사업권을 사후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며 위헌 소지가 크다”며 “이제는 규제보다는 혁신을, 공급자 중심이 아닌 국민 편익 중심의 제도 설계를 선택해야 한다”고도 했다.
약사와 의사는 찬성했지만 복지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복지위 검토보고서에 나온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보면 대한약사회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응급 및 필수진료와 무관하고 의료와 약물 남용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업체의 수익 구조 등을 살펴보면 처방내역을 이미지로 전송하여 처방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온라인 오픈마켓에 불과하고,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사업할 것이 충분히 예견되는바, 강력한 제재조치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중개업체(플랫폼 업체)의 무분별한 팽창이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환자 유인행위 및 의약품·의료서비스 오남용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불공정거래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중개업자등의 도매상 허가 금지, 중개업자등과의 특수관계 도매상과 제휴 약국간 도매상 거래 금지는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복지위 전문위원도 “모든 약국중개플랫폼사업자에 대하여 예외 없이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영업의 자유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의 필요성과 헌법상 자유 간의 비교형량을 통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의원들의 의견을 고려해 조만간 여당 내 복지위 위원들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위원들간의 조율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중소 약국들은 플랫폼 때문에 망할 것 같다는 입장이고 선진 기술이 외면받는다는 벤처업계 얘기도 있는만큼 조율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했다.
박준규 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