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노동자 아님’ 입증 전까진 노동자로 간주해야”

2025-12-12 13:00:01 게재

‘특고·플랫폼 노동자 근기법 적용’ 양대노총 국회 토론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일하는 노동자임에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현행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자추정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오늘날의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 새로운 업무수행 방식의 증가, 다양한 고용형태 출현 등의 현실을 반영해 근로자성 판단을 하기에는 한계에 직면했다”며 “이제 ‘인적 종속성’이라는 개념이 보호가 필요한 다수의 노동자들을 배제시키는 기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근로자추정제도에 대해 “노동사건 소송의 경우 입증 자료도 대부분 사용자가 보유하게 된다는 특성으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 증명의 곤란함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노동사건 소송에서 노동자의 증명 책임 완화 또는 전환의 필요성 논의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러 국가에서 기업이 ‘노동자 아님’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노동자로 간주하고 있는 사례들을 설명했다. 그는 “현 판례 기준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자성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여서 분쟁 비용이 크다”며 “사용자가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근로자 개념 수정 및 근로자추정제도 도입, 근로자성 판단을 위한 위원회 등 전문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다.

현재 사업소득세 3.3% 원천징수 대상 인적용역 종사자는 2014년 400만명에서 2023년 862만명으로 10년새 두배 이상 증가했다. 22대 국회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ABC 테스트와 유사한 체계인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고 다만 사용자가 다음 각 목의 사항을 모두 증명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으로 근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ABC 테스트는 노무제공자가 근로자가 아닌 독립계약자라고 기업이 주장하려면 (A)노동자가 실제로 기업의 통제와 지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 (B)근로자는 기업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외의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 (C)근로자는 기업과 독립적으로 종사한다는 점 등 ABC 요건을 증명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노무제공자는 근로자로 추정하는 제도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ABC 테스트로 노동자 오분류를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고 있는 근로자성 요소와 ABC 테스트가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근로자성을 입증할 때 증거자료의 편재로 인해 사용자의 입증이 더 유리하다는 점 △사용자가 3가지 요건을 입증한다면 이를 반박하는 근로자의 소송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전자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플랫폼 노동 등의 발전과 분화가 심화되고 있어 사용자가 지휘·감독과 사업 범위 등을 위장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다.

정 원장은 “근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노동을 제공한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대가를 받는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근로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지혜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근로자추정제도 도입의 효과에 대해 “최저임금·노동시간·안전보건 등 최소한의 보호 적용과 플랫폼 기업의 노동법 회피 방지, 건전한 산업질서 확립, 비정형 노동자의 소득·일자리 안정성 제고”라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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