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내 CCTV 설치법’ 법사위 급제동

2025-12-12 13:00:08 게재

추미애 박지원 등 “교육철학 없는 법안”

교육위 법안소위 3명도 강력 반대 표명

5만명 넘는 반대청원에도 교육위 통과

교실 안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열어주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이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법안은 국회 교육위 소위에서 3명의 여야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를 ‘교장-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뛰어넘었고 교육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뚫지 못한 채 계류됐다. 5만명 이상의 반대청원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교실에도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관련해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난 10일 ‘교육철학이 없는 법안’, ‘유신시대에나 나올 법안’, ‘위험한 군대식 발상’이라고 평가하며 “효율적으로 범인을 잡겠다고 각 집안 안방마다 CCTV를 설치하자, 국민 의견을 듣지 않고 경찰공안위원회 의견을 들어서 설치할 수 있다고 하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시겠느냐”고 했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교장 선생님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 동의하는 경우에 학교운영위의 심의를 거쳐서 설치할 수 있도록 아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지만 박지원 의원은 “차관님 방에 CCTV 달아놓고 하루에 10시간씩 다 찍힌다 하면은”이라며 반박했다.

이 법안은 교육위 법안소위를 넘어서는 과정에서도 ‘과잉입법’ ‘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강력한 목소리가 여야 의원들에게서 나왔다.

조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교내 CCTV 설치를 원칙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필수 설치 장소’로는 복도, 계단, 출입구 등 공용 공간을 명시했고 다만 교실 안에 CCTV를 설치할 경우엔 교장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 동의하는 경우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쳐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현재 규정을 통해서도 교실 안에 CCTV를 설치할 수 있고 실제로 합의 하에 916대가 설치돼 있다는 점과 교장의 필요성 판단, 학생·학부모·교직원의 동의, 학교운영위 심의가 주로 학부모의 압박과 의견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과잉입법’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6일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학운위에도 교실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구조들이 이미 있다”며 “법률로 의무화되면 학교가 감시와 통제의 공간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과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도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백 의원은 “그동안은 교실에 CCTV를 설치한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도 않았었는데 이렇게 법이 만들어져서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학교에서는, 특히 교장선생님들은 ‘교실’을 (CCTV설치에서) 제외할지 말지 공론화시켜서 토론하자라고 생각하실 확률이 크다”며 “이대로는 참 많이 부담스럽고 걱정이 된다”고 했다.

정 의원은 “학생을 직접 가르치고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쏟아져서 명퇴가 늘어나고 교대의 인기가 떨어지고 신규 교사들이 떠나는 이 학교 현장에 교원단체가 전부 다 반대하는 법을 굳이 통과시켜서 무엇을 얻겠다는 건지를 묻고 싶다”며 “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의견을 듣더라도 학생, 학부모의 의견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교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낮다”고 했다.

실제로 국회 교육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를 제외한 서울 광주 경기 강원 충남 전남 교육청과 교사노조연맹, 전교조에서는 “교실내 CCTV설치 우려”를 표명하며 “인권위 권고를 고려해 충분한 논의 및 사회적 합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또 “무분별한 CCTV설치로 학교 구성원의 인권 침해와 학내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학생과 교원의 정보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교육위에 올라온 국민동의청원에서도 “(교실내 CCTV 설치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수권이 위축된다. 설치장소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학생과 교사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법안은 결국 소위 위원 8명 중 5명 찬성(3명 반대)로 가까스로 통과된 바 있다.

조 의원은 “학교 CCTV 법안은 교실 내 설치를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있으며 다만 예외적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 의견을 듣고 설치하는 현장 상황을 법안에 담은 것”이라며 “교내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더 이상 늦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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