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전 앞두고 ‘집회 제한’ 속도전 논란

2025-12-17 13:00:23 게재

거대양당, 여당때 각각 발의 … 본회의 회부

시민단체·소수정당 “위헌 법안” 강력 제동

“‘빛의 혁명’에 역행, 민주주의 가치 훼손”

거대양당 의원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제한’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회시위법) 개정안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이 법안을 놓고 진보성향의 4개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맞서고 있다. 현재 용산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는 연일 집회가 열리고 있다.

16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10~15일까지 모든 국회의원 298명에게 집회시위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설문방식으로 물어본 결과 조국혁신당(12명), 진보당(4명), 기본소득당(1명), 사회민주당(1명) 더불어민주당(1명) 등 총 19명만 반대 의사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명(이용우 민주당 의원)을 뺀 272명과 개혁신당 3명, 무소속 4명은 모두 ‘무응답’을 보냈다.

이 법안은 집회 금지 장소에 ‘대통령 집무실’을 추가하는 게 골자다. 대통령 관저를 포함해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공관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 앞 100미터 이내에서는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집회가 허용된다. ‘대통령 집무실’을 원칙적으로 집회금지장소에 포함하는 법안은 12.3 비상계엄 전인 지난해 11월엔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인 올 7월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거대양당이 여당일 때 ‘대통령 집무실’을 시위대와 격리시키려고 한 셈이다.

이 법안은 지난달 27일에 행정안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더니 이달 3일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까지 빠른 속도로 뛰어넘어 본회의에 넘겨졌다. 청와대 이전을 앞두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용산 집무실은 다음주에 청와대로 옮겨질 전망이다.

4개 정당과 참여연대 등은 이 개정안이 ‘위헌’일 뿐만 아니라 ‘광장의 목소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다.

참여연대는 “대통령 관저 등 주요 국가기관 앞 100미터 이내 집회를 전면 금지한 집시법 조항 등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그동안의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반하는 입법”이라며 “헌재는 2008헌가25사건의 헌법불합치 결정문에서 ‘집회의 허용 여부를 행정권의 일방적·사전적 판단에 맡기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는 집회에 대한 검열제와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겠다는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들의 헌법가치적 합의이며 헌법적 결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확인한 바 있다”고 했다. 또 “대법원도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의 필요성이 관저와 동등한 수준으로 있지 않다고 명백히 판시한 바 있다”고 했다. 지난해 대법원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된 바 있는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 취소소송에서 법원도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과 그 가족의 주거용 공간이라는 점에서 주거의 평온 등을 위해 집회시위의 일정정도 제한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 집무실을 반드시 대통령의 주거 공간과 동등한 수준의 집회 금지장소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참여연대는 “위헌적 계엄선포와 내란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한 내란우두머리 윤석열 일당을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운 것은 집회의 자유를 행사한 시민들이었다는 것을 국회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개정안대로라면 지난해 계엄과 내란세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모였던 수많은 시민들 모두가 범법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4.19 혁명에서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거쳐 6.10 민주항쟁, 그리고 이후 국정농단 박근혜 탄핵과 윤석열 내란과 파면에 이르기까지,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구해내고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수호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집회의 자유를 적극 행사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빛의 혁명으로 탄생하고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정부의 국정이념과도 맞지 않다”고도 했다.

진보당은“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던 내란정당 국민의힘이라면 모를까, 국민주권정부를 함께 만들어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까지 이번 집시법 개악안에 입을 다문 모습이 당황스럽고 또 개탄스럽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손잡고 이번 집시법 개악안 통과를 강행하는 것은, 추운 거리에서 응원봉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시민들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라고 했다. “‘빛의 혁명’에 역행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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