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짓는 마을’에서 ‘숨 쉬는 그릇’ 만든다

2025-12-19 13:00:02 게재

중랑구 신내동에 ‘봉화산 옹기문화마당’ 개장

서울 대표 전통문화 체험공간으로 육성 계획

“옹기가마가 있는데 그림의 떡이었어요. 예전에 옹기 굽던 곳인 만큼 작게나마 진짜 가마가 있었으면 했죠.”

서울 중랑구 묵동 주민 강구자(68)씨는 “다과 접시를 직접 빚고 여기서 구웠다고 자랑하고 싶다”며 “다른 동네 주민들도 관광처럼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중랑구에 따르면 신내동 봉화산 자락에 또하나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생겼다. 옹기테마공원에 최근 문을 연 ‘봉화산 옹기문화마당’이다. 구는 “배밭 부지를 확장해 전통 그릇인 ‘옹기’를 주제로 한 문화공간을 조성해 지난 9일 준공식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류경기 구청장 등 옹기문화마당 준공식 참석자들이 전통가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 중랑구 제공

옹기는 선사시대 질그릇이 발전·변화된 음식 저장 용기다. ‘숨 쉬는 그릇’이라 발효가 잘 된다. 삼국시대부터 만들어 사용해 왔고 세계적으로 우리 민족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화로 알려져 있다. 굽기 전 잿물을 입혔느냐에 따라 질그릇과 오지그릇으로 구분된다. 한국전쟁 이후까지 번성했는데 플라스틱 제품 사용이 늘면서 옹기 문화가 쇠퇴했다.

문화마당이 들어선 신내동은 옹기와 연이 깊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옹기가마가 8개나 있어 ‘독 짓는 마을’로 불렸다. 지난 2014년 화약류 판매 저장소가 있던 일명 ‘봉화산 화약고’가 이전하면서 역사적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2017년 옹기를 주제로 한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옹기·한지·공예 체험장과 함께 옹기 굽던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모형 가마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실제 가마를 원했다. ‘독 짓는 마을’ 역사를 제대로 살려내자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2020년부터 5년간 공사를 이어온 끝에 옹기문화마당을 완공할 수 있었다. 류경기 구청장은 “옹기마을을 되살려내는 뜻깊은 의미가 있다”며 “신내동을 비롯해 묵동 망우동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해 결실을 맺었다”고 강조했다.

옹기문화마당은 1만5632㎡ 규모다. 도심에서 실제 옹기를 구울 수 있는 전통가마는 서울에서 유일하다. 체험관과 테마정원 등도 함께 마련했다. 안전하고 실용적인 가마를 만들기 위해 울산과 충북 충주 등 전국 곳곳에 있는 전통가마를 살펴보고 전문 옹기장 자문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광장 한켠은 주민들이 기증한 옹기로 꾸몄다. 공동체 역사와 정서를 담은 특별한 전시 공간인 셈이다.

준공식 당일 주민 400여명이 옹기문화마당을 찾아 지역의 역사성 회복을 함께 축하했다. 봉화산 자락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정순종(62·신내동)씨는 “공원을 조성해 놓으니 주변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며 “장미축제 등 중랑구가 보유한 문화·관광 자원과 연계해 활용도를 높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랑구는 옹기문화마당을 활용해 옹기 제작 및 가마 소성 체험, 학교와 연계한 현장학습, 옹기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1년에 두차례 정도 옹기가마를 가동할 예정이다. 옹기 제작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빚은 그릇과 함께 장인들이 제작한 옹기를 구울 계획도 있다. 이를 통해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체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전국 최초의 도심형 전통 옹기가마가 탄생한 것은 지역 역사와 주민들 염원, 행정의 노력이 함께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라며 “소중한 전통문화 기반을 단단히 다져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