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환율 안정돼야 물가도 잡힌다

2025-12-22 13:00:01 게재

고환율이 장기화하며 수입의존도가 높은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bhc치킨이 오는 30일 튀김용 기름 올레산 해바라기유(15㎏) 가격을 7만5000원에서 9만원으로 20% 올리기로 했다. bhc는 국제 시세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누적됐다고 밝혔다. 치킨 프렌차이즈 1위 bhc가 튀김용 기름 공급가를 인상함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튀김용 기름 가격이 인상됐으니 가맹점 치킨 판매가격도 오를 게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26일부터 444개 제품 소비자가격을 인상한다. 무신사도 원부자재 가격과 제조·물류비, 환율 변동성을 반영한 조치라고 했다.

부처별 ‘물가차관’ 지정한다고 물가 진정될까

11월 수입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다섯 달째 올랐다. 수입물가는 두세 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므로 내년 초 물가불안이 우려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11월 두 달 연속 2.4%로 한국은행 물가관리 목표(2%)를 넘어섰다. 환율에 민감한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이 오름세를 주도했다. 환율이 ‘수입물가→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 경로로 영향을 미치므로 고환율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다. 다급해진 정부가 각 부처 차관급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른바 ‘물가차관’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가 그랬듯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은 반짝 효과에 그친다.

최근 물가불안은 환율 급등, 국제 농산물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등 구조적 요인 탓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수입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기업의 생산비용 부담 가중,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국제유가는 하락했는데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이 오른 것으로 입증된다. 이런 판에 관권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가격을 억누르면 시장이 왜곡된다. 정권에 힘이 있을 때 웅크렸다가 정권교체기에 제품 가격을 한꺼번에 크게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섣부른 찍어 누르기는 크기나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전이된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민생이 위협받고 있다. 한은은 현 수준 환율이 지속되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 2.1%에서 2% 중반으로 뛸 것으로 예상한다. 내수위축에 허덕이는 자영업자, 대기업보다 환율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물가·양극화 측면의 위기”라고 경고했다.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 1500원을 위협하자 정부는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외환규제를 완화해 금융사가 보유한 외화를 시장에 풀도록 유도하고,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현지 통합계좌 활성화를 추진한다.

대통령실은 7대 기업 관계자를 만났다. 금융감독원장은 해외주식 영업이 과열됐다며 증권사를 압박했다. 국민연금 역할 확대와 한은의 외환스와프 연장 발표에도 환율이 고공행진하자 증권사와 금융사, 대기업을 닦달하고 나섰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오르는 것은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체질이 허약해서다.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풀지 않는다.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에 열심이고, 해외여행객마저 쓰고 남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갖고 있다.

저성장 속 물가 앙등, 스태그플레이션 닥칠라

나라 안팎에서 원화가치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음이다. 하지만 환율관리도 물가 관리도 임시방편에 치우쳐 우려를 더한다. 구조적 문제는 구조개혁으로 풀어야 한다. 경제 체질 개선과 산업·기술 경쟁력 강화,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때다.

대만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5%에서 7.31%로 상향 조정했다. TSMC 등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호조와 민간투자 증가 덕분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67%로 기존(2.68%)보다 높다. 한국은 어떤가. 올해 성장률은 1.0%에 턱걸이한다. 내년에도 2.0%에 못 미친다. 이러다가 저성장과 물가 앙등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 확장적 재정운용을 자제하며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자본이 달려올 정도로 투자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해외투자보다 국내투자에 매력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이재명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