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인공지능으로 숙련자 감 · 언어 장벽 넘는다

2025-12-25 09:24:08 게재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팀, 사출 제조업 난제 해결

금형프레스·3D프린팅·배터리·바이오 등 확장 가능

국내 대학 연구진이 고숙련자 은퇴와 외국인 인력 증가로 제조 지식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사출성형’ 공정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해법을 내놨다. 공정을 스스로 최적화하고 숙련 지식을 전수하는 기술이다.

사출성형은 원료를 틀에 넣어 플라스틱 제품 등을 대량 생산하는 공정이다. 조건이 조금만 달라도 불량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숙련자의 경험과 감에 크게 의존해 왔다.

KAIST는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 연구팀이 사출 공정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과 현장 지식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거대언어모델 기반 지식 전이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지에 연속 게재됐다.

첫 번째 성과는 환경 변화와 품질 조건에 따라 최적 공정 조건을 자동으로 추론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공정 추론 기술이다. 기존에는 온도나 습도, 목표 품질이 바뀔 때마다 숙련자가 시행착오를 거쳐 조건을 다시 설정해야 했다.

연구팀은 실제 사출 공장에서 수개월간 수집한 환경 데이터와 공정 변수를 활용했다. 확산 모델 기반으로 목표 품질을 만족하는 공정 조건을 역설계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여기에 실제 생산을 대신하는 대리 모델을 구축했다. 공정을 가동하지 않고도 품질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기존 공정 예측에 활용되던 생성적 적대 신경망과 변분 오토인코더 기반 모델의 오류율(23~44%)을 1.63%로 낮췄다. 실제 공정 적용 실험에서도 인공지능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양품 생산이 확인됐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은 두 개의 인공지능이 경쟁하며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변분 오토인코더는 데이터의 공통 패턴을 압축해 학습한 뒤 이를 다시 재현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성과는 고숙련자 은퇴와 다국어 작업 환경에 대응하는 거대언어모델 기반 지식 전이 시스템 ‘IM-Chat’이다. IM-Chat은 거대언어모델과 검색 증강 생성을 결합한 다중 에이전트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초급 작업자나 외국인 작업자가 제조 현장에서 겪는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는 사출성형을 넘어 금형, 프레스, 압출, 3차원 프린팅, 배터리, 바이오 제조 등으로 확장 가능한 제조 인공지능 전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거대언어모델 에이전트를 도구 호출 방식으로 통합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기능을 호출하는 자율 제조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도구 호출 방식은 인공지능이 상황에 맞는 기능이나 프로그램을 스스로 불러 사용하는 구조다.

유승화 교수는 “다양한 제조 공정으로 기술을 확장해 산업 전반의 지능화와 자율화를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기계공학과 김준영·김희규·이준형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유승화 교수는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 결과는 공학·산업 분야 세계 1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매뉴팩처링 시스템즈’ 4월호와 12월호에 연속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았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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