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웃과 함께한 ‘제8회 첫겨울 나눌래옷’
“외투 나눔은 단순히 옷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
기관·단체·시민 기부 9676벌 외국인 이웃에 전달 … 옷장 속 잠자는 외투로 ‘한국인의 정’ 나눠
아직은 입을 만하지만 작아지거나 싫증나 옷장에 넣어뒀던 겨울 외투를 외국인 이웃과 나누는 ‘제8회 첫겨울 나눌래옷’ 행사가 마무리됐다.
올해는 외투 9676벌이 기부돼 89개국 4248명의 외국인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눴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외투 전량이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됐다. 누적으로는 지난 8년간 외투 7만3762벌이 2만6345명의 이웃에게 전달됐다.
첫겨울 나눌래옷 운영본부 관계자는 “여러 기관과 시민이 기부한 외투 덕분에 한국에서 첫 겨울을 보내는 외국인 이웃과 정을 나누게 됐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정성을 모아 따뜻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근로복지공단, 서울특별시 남부교육지원청, 한국전력 등 기부기관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4년째 감사패를 받은 한국전력 김동철 사장은 “전력 공급을 통해 밝은 빛과 따뜻한 일상을 전하는 것이 한전의 본업”이라며 “이렇게 두터운 온기를 전하는 데 함께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부터 꾸준히 참여하며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해왔다”며 “외투 한 벌 한 벌에는 이웃과 온기를 나누고자 하는 임직원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공기업으로서 어려운 이웃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꾸준히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임직원들의 작은 정성이 첫겨울을 맞는 외국인 이웃에게 따뜻한 힘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공단은 이웃사랑과 나눔 실천을 위해 다양한 취약계층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해마다 행사에 동참하는 서울시의 김태균 행정1부시장은 “서울의 경우 함께 일하며 삶을 공유하는 외국인 이웃이 전체 시민의 5%에 육박하는 45만명”이라며 “그만큼 외국인 이웃은 우리의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눌래옷’ 행사는 단순히 옷을 나누는 자선활동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연결되는 공존과 화합의 장”이라며 “공존과 화합의 가치가 퍼져 서울시가 글로벌 도시로서 모두가 따뜻한 마음으로 하나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 비대면 쇼핑몰 형식으로 전국 확산 = 외투 나눔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겨울 나눌래옷 운영본부는 지난 9월부터 외투 기부를 받았다. 세탁과 수선 과정을 거쳐 새 옷처럼 변신한 외투의 사진과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외투가 필요한 외국인 이웃은 11월 11일부터 외투 나눔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 두 벌을 선택해 소포로 배송받았다.
입국 1년 미만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되는 소포 상자에는 외투뿐 아니라 기업이 기부한 선물도 함께 담겼다. 과자(롯데제과), 바디용품(LG생활건강), 라면·즉석밥(오뚜기), 뜨개목도리(바늘이야기) 등이다.
해마다 외국인 이웃에게 소포를 전달하는 곽병진 우정사업본부장 직무대리는 “행사 참여를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온기를 전할 수 있어 뜻깊다”며 “우정사업본부는 앞으로도 사회 곳곳에 온기가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공동체 문화 만들어 가는 것” = 이번 행사는 내일신문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밥일꿈이 주관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첫 행사부터 후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타국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외국인 이웃에게 우리의 작은 관심과 애정을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단순히 옷을 나누는 것을 넘어 더불어 사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한국 사회가 외국인 이웃과 일상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차별과 불평등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2018년 처음 기획됐다.
참여기관들은 고심 끝에 겨울 외투에 주목했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272만명을 넘어섰다. 취업 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출신지와 직종이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아시아 국가 출신이 많다. 이들은 제조업과 건설업, 농·수·축산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 주로 종사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의 겨울은 큰 부담이다. 특히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에게는 고향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추위다. 월급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거나 저축하는 상황에서 난방비와 외투 구입 부담은 더욱 크다.
이에 시민들의 옷장 속에 잠자고 있는 외투에 주목했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체격이나 취향 변화로 입지 않게 된 외투를 기증하자는 캠페인이 시민단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해마다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법무부의 차용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 가운데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추운 겨울이 없는 국가에서 온 이웃이 63만명에 달한다”며 “겨울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낯선 땅에서 처음 맞는 겨울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투가 단순한 옷 한 벌이 아니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 되길 바란다”며 “법무부는 외국인 이웃이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고 존중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2018년부터 이어진 나눔 = 외투 나눔은 2018년 경희궁 앞마당에서 서울지역 학생과 시민이 기부한 외투 3500여벌을 외국인 노동자 1500여명에게 전달하며 시작됐다. 이듬해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2회 행사에는 공공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외투 7800벌을 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 2000여명에게 전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터넷 쇼핑몰 개념을 도입한 2020년 3회 행사에서는 외투 9206벌을 3441명의 외국인 이웃에게 소포로 전달했다.
4회 행사에서는 1만2039벌, 5회 행사에서는 1만1562벌의 외투가 각각 기부됐다. 6회 행사에서는 외투 1만528벌이 74개국 3674명에게, 지난해 열린 7회 행사에서는 9840벌이 4078명에게 전달됐다.
외투 나눔은 기부 수량뿐 아니라 대상도 확대됐다. 초기 외국인 노동자 중심에서 유학생과 다문화가족 등 외국인 이웃 전반으로 넓어졌다. 온라인 방식 도입은 서울·수도권 중심이던 참여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딸과 함께 외투를 전달받은 인도네시아 출신 아데 하에라씨는 “작년에 아내가 러브코트를 받았는데 만족도가 높아 다시 참여했다”며 “올해는 나와 아이를 위해 코트 두 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이 외투는 단순한 옷을 넘어 기부자와 후원자의 온기와 친절을 전달받은 것”이라고 했다.
◆ 학생과 학교도 나눔 주체로 = 서울특별시 남부교육지원청은 외투 500벌을 기부했다. 영림초등학교와 정심초등학교 등 다문화 밀집 학교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주 배경 학생들이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나눔의 주체로 참여했다. 남부교육지원청 관내 학생 10명 중 1명은 이주 배경을 지니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각 학교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문서 수발 제도를 활용해 외투를 취합했다. 교육지원청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한미라 서울특별시 남부교육지원청장은 “짧은 기간 동안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가 보여준 따뜻한 시선과 사랑에 감동했다”며 “다양성이 포용성으로 빛난 행사였다”고 말했다.
김천홍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나눔과 포용의 가치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교육공동체의 살아있는 실천임을 보여줬다”며 “문화다양성교육과 나눔교육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사이버대는 기부 참여가 학교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사이버대는 2023년부터 학교 대표 행사인 ‘SCU 한마음 대축제’를 통해 매년 외투를 기부하고 있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재학생들에게 팸플릿과 온라인 리플릿으로 홍보하고, 축제 당일 운영 부스를 통해 겨울 외투를 기부받았다.
이은주 서울사이버대 총장은 “학생과 교직원이 꾸준히 참여해 이웃사랑에 힘을 보태고 있다”며 “한국에서 첫 겨울을 보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따뜻한 계절을 맞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여기관 리스트(기부순)>참여기관>
△서울특별시 △근로복지공단 △한국전력공사 △우정사업본부 △서울특별시 남부교육지원청 △김창숙부띠끄 △고용노동부 △법무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폴리텍대학 △YK공익사업단 △사단법인 옮음 △경기도청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사이버대학 △베일러국제학교 △한국가스공사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경찰청 △수원시자원봉사센터 △장애인복지협의회 △서울시교육청 △농촌진흥청 △코트라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농수산식품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법무법인 광장 △노사발전재단 △잡월드 △국가보훈처 △한국도로공사 △내일신문 △신일고등학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효동초등학교 △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려아카데미컨설팅 △경상남도교육청 △세종특별자치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성균관대학교 △중소기업정보진흥원 △경기도교육청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