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해석지침 두고 노사 일제히 반발
노 “사용자 책임·노동쟁의 범위 제한”
사 “지나치게 포괄적, 더 명확해야”
고용노동부가 26일 행정예고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법률(노란봉투법)에 대한 해석지침(안)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부는 해석지침에서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인력운용·근로시간·작업 방식 등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노동쟁의 대상으로 추가된 ‘사업경영상 결정’에 대해 합병·분할·양도·매각 등의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만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구조조정이 동반되면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용자 책임을 제한하고 노동쟁의의 실질적 범위를 축소할 우려가 적지 않다”며 “하청 노동자가 진짜 사장을 찾아가는 데 활용하기보다 사용자들이 사용자성을 지우는 안내서로 활용될 우려가 더 커보인다”고 비판했다.
노동부가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으로 ‘구조적 통제’를 강조한 데 대해 “실질적으로는 원청이 하청에 대해 업무·작업 방식·인력 운용 등에 걸쳐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하는 경우에 한해 사용자성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불법파견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인 ‘업무의 조직적 편입 및 통제 여부’를 보완적 징표로 삼겠다고 제시한 점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며 “자칫하면 개정법에 따라 원청과 교섭하고자 하는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에게까지 불법파견 판단에 준하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개정법이 말하는 사용자의 의미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형식과 관계없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에 있다”며 “구조적 통제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유로 사용자 책임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나타나는 원청의 영향력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해석지침에 특히 ‘공공기관의 총인건비는 운영상 재량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실제로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직급·인원 구조까지 세세하게 관리하며 인건비를 통제하고 경영평가와 각종 지침을 통해 인사·징계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불법파견 판단 요소보다 더 엄격한 것을 요구하고 간명한 사안조차 이러저러한 단서를 달거나 복잡하게 만들어 노란봉투법을 무력화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사용자는 직접고용 책임이라는 법률효과가 생기지만 ‘실질적 지배력’은 도급관계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 등 사용자 책임만 인정될 뿐”이라며 “원청 사용자의 교섭거부 등 책임 회피를 줄이려면 판단이 최대한 간명하게 되도록 지침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지침은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할 명분 만을 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앞서 의견수렴 과정에서 노동부에 △최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추정하고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할 것 △근로조건 등 하나 이상에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사용자로 간주 △사업체계 편입, 경제적 종속 여부는 불법파견 요소이므로 실질적 지배력 인정을 고려 △사내하청 등은 원청 사용자성 적극 인정 등을 요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하청 노동자의 차별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한 노조법이 또다시 극단적 투쟁과 법적 소송으로 격화될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며 “현재 입법예고돼 있는 노조법 시행령에 이어 해석지침까지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는 이번 지침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며 더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조적 통제’의 사례 중 하나인 노동안전 분야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의 법적 의무 이행과는 별개로 산업안전보건체계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는 경우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이행까지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될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노동쟁의 부분의 경우 “사업경영상 결정에 따라 정리해고 배치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단체교섭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적시했는데,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불분명한 개념으로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기준이 형해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안은 노동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정예고 기간인 내년 1월 15일까지 누구나 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