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식 ‘통합 인사’에 위기감 커진 국민의힘

2025-12-30 13:00:25 게재

보수 인사 기용, ‘외연 확장 공세 전략’ 평가

‘보수 잠식’ 공포감에 내부서도 자성 목소리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서 발언하는 송언석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이재명 정부의 ‘보수 인사 기용’에 대한 첫 일성으로 ‘배신 인사’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국민의힘에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통합 인사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보수 진영의 기반을 흔드는 전략적 공세로 평가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8일 이 대통령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보수 정당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한 데 따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직을 가진 이 후보자가 당과 사전 협의 없이 입각 제안을 수락한 것을 두고 ‘배신·부역’이라고 비난하며 이 후보자를 즉각 제명 조치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현재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에 국민의힘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 차출설까지 제기되면서 당내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지고 있다. 조 의원은 장관 차출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중진급 인사가 차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보수 잠식’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 외에도 보수 정당에서 재선을 지낸 김성식 전 의원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발탁하는 파격적인 ‘우클릭’ 인사를 선보였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중도·보수 외연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과거 보수의 수권능력과 유능함을 상징했던 인사들을 흡수하는 것은 정책의 스펙트럼 확장을 넘어 자멸하는 보수정당을 영구적으로 그 궤도에 가두고 정치지형을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박 전 의원은 이번 보수 인사 기용은 “단순한 정책 스펙트럼 확장이 아니다”라면서 “정치적 정당성과 대표성을 최대화하고 나아가 독점함으로써, 경쟁 세력의 존립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공세적 헤게모니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기간 ‘중도 보수’ 기치를 내걸고 ‘운동장을 넓게 쓰겠다’고 했던 이 대통령의 통합 구상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전방위적 공세에 국민의힘은 대외적으로 비난 일변도 대응을 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정연욱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더 이상 남 탓 할 여유가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정권의 보수진영 흔들기가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더 과감한 쇄신과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하 의원도 “한쪽은 자율주행차 만들면서 안전성 점검하며 고민하는데 다른 한쪽은 소달구지 여물 걱정하는 형국”이라며 당의 변화와 쇄신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외연 확장보다는 자강을 우선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대표는 29일 이 후보자가 장관직 제안을 수락한 것을 두고 “그동안 보수 가치를 확고히 재정립하지 못하고 당성이 부족하거나 해당 행위를 한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당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당성’을 강조하며 당분간은 ‘내부 결속’에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태도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 제명과 관련해 “너무 옹졸했다”며 “이를 계기로 정치적인 화합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는데 무조건 반발만 하는 모습은 제1야당으로서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같은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군가 등을 돌렸다면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살펴야지, 떠난 사람을 저주해서 무엇을 얻겠느냐”며 “이제는 우리가 진정으로 와신상담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 진영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 왔고, 그 결과 더 이상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며 “보수는 닫혀가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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