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 리더십 흔들…민주, 내부수습 고심

2025-12-31 13:00:01 게재

김병기 전 원내대표 중도 하차 … 공천헌금 의혹등 남아

당청 관계 놓고 얼굴 붉히는 당권-비당권 최고위원 후보자

새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 지도부 권력지형 분화 가능성도

원내대표 중도하차 등 잇단 악재에 휘말린 더불어민주당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자신과 관련한 논란이 여당 전체의 부담으로 번지자 사퇴했지만 공천헌금 의혹 등 민감한 이슈가 그대로 남아 있다. 새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여권 내부의 권력지형 분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025년도 마지막 본회의 참석한 정청래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와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마지막 본회의인 12월 임시국회 3차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민주당은 오는 1월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일에 맞춰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잔여임기(5월 중순)를 소화하게 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80%) 투표와 권리당원(20%) 투표를 반영해 선출하는데 최고위원 보궐선거의 권리당원 투표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날짜를 맞췄다고 밝혔다. 후임 원내대표를 조기에 선출해 내부 분란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도 읽힌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민주당은 검찰개혁 등 3대 개혁을 앞세워 입법화를 추진하면서도 내부에서 터진 악재에 시달렸다. 이춘석 전 국회 법사위원장이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탈당했고, 서울시당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윤리감찰을 받고 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김남국 전 비서관에게 인사청탁 문자를 보낸 것이 들통나기도 했다.

여기에 원내 사령탑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몰려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여권 리더십 전체에 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의 위기감을 키웠다.

김 전 원내대표가 사퇴를 선언한 직후 정청래 대표가 해당 의혹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 검·경에 고발된 사안과 함께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내부 감찰결과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새 원내대표 선출로 분위기를 쇄신하는 등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3선 의원들은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현재 당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당이 중심을 잡고 국민 눈높이에서 이런 문제를 엄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이이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악재가 이어졌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갈등, 내란종식 등을 이유로 쇄신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풀이된다. 당 일각에서 내부 혼란의 조기 수습을 위해 ‘추대’ 형식의 선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3선 의원들이 “추대할 이유는 별로 없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인식의 반영으로 보인다.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맞물려 원내지도부를 새로 구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판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방선거 공천, 후반기 원구성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여당 지도부 한 축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 체제의 리더십과 관계에 따라 여당 내부의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나선 5명의 후보는 정청래 대표 리더십과 관련해 협력-견제 입장으로 확연하게 갈려 있는 상황이다.

30일 열린 2차 토론회에서도 정 대표와 가까운 문정복·이성윤 후보는 당 대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겨냥한 반면 이건태·유동철·강득구 후보는 당청간 엇박자 극복을 강조했다.

이런 흐름은 의원뿐 아니라 권리당원 안에서도 당권-비당권파 성향으로 갈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원내대표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체 9명인 최고위원 가운데 4명의 최고위 구성원이 교체되는 상황이어서 여당 지도부 노선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박 정·백혜련·진성준·한병도(이상 3선·가나다순) 의원이 거론된다. 박 정 의원은 박정어학원 원장 출신으로 지난 8.2 전당대회 때 정 대표와 경쟁했던 박찬대 의원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백혜련 의원은 2011년 검찰 수사의 중립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검사직을 사직한 뒤 이듬해 총선 때 민주당에 영입됐다.

진성준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다. 민주당의 진보적 가치를 강조해 왔다.

한병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전략기획원장을 지냈고,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을 처리한 올해 예결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한편, 정청래 대표 등은 31일 전북 전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전주남부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시민들을 만났다.

새해 첫날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