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으로 밀린 ‘정치개혁’ … 선거구 획정 법정기한 넘겨
이재명정부 국정과제에 ‘정치개혁’ 빠져
정개특위 가동도 안 돼 … 기득권 강화
중대선거구제·정당명부제, 제안 그칠 듯
거대양당이 정치개혁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무력화에 동참한 바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개헌을 국정과제의 맨 앞에 배치한데 반해 정치개혁분야는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지방선거 개혁을 책임질 정치개혁특위는 아직도 구성조차 되지 않았고 선거구획정 시한은 이미 한 달 가까이 넘겼다.
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정치개혁특위 구성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아직 구성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에 비교섭단체 1명을 포함한 ‘여야 동수’ 정치개혁특위 구성 결의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열흘이 넘었는데도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문진석 의원은 정개특위의 역할 범위에 대해 “지난 10월 23일 공직선거법 관련 헌법 불합치 판결에 따른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사안, 지역위원회 법제화 관련 사안 및 기타 여야 간사가 합의한 사항 등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관련 법률안”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적 부족 등을 이유로 위헌법률 해소 등 최소한의 선거구획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전북도의회 선거구 인구편차가 상·하 50% 기준을 넘겨 주민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관련 ‘공직선거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다음달 19일까지 법을 고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2025년 12월 5일)은 한 달 가까이 지났다. 거대양당은 지역위원회를 법제화해 지역구에서도 후원금을 받고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는 등 ‘지구당 부활’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 의원들이 요구하는 지방선거 제도 정비는 손도 못 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과 소수정당은 기초의회 선거를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고 광역의회 선거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거대양당의 독과점을 완화하고 정치적·사회적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들어가 있다. 정당 득표율이 의석수에 최대한 비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도 포함됐다. 실제로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일부 기초의회에 3~5인 중대선거구 시범사업을 도입해 소수정당·무소속 진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선거에 임박해 시범사업이 결정되면서 소수정당의 준비 부족, 거대 정당의 복수공천 유지라는 한계도 있었지만, 제도의 변화가 선거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됐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시범지역에서 정치적 다양성이 일정 부분 확대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중대선거구제를 한다고 해도 거대양당 구도를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정개특위는 시간도 별로 없어 선거구 획정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거대양당 구도를 깨는 정치개혁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공약에 정치개혁 과제를 의도적으로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과제에서도 ‘정치개혁분야’는 빠졌다.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핵심 관계자는 “정치개혁은 대통령이 아닌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점에서 별도로 국정과제로 채택하지 않았다”면서 “입법부의 일에 행정부가 입장을 얘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청와대의 추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거대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소수정당의 목소리가 작고 강성지지층의 요구가 강한 상황에서는 거대양당이 스스로 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