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찬’ NDC와 '현실적’ 전기본…기후부는 다를까

2026-01-05 13:00:04 게재

해외도 상위 목표와 이행 책임 간 이중잣대로 갈등 커져 … 정책 간 정합성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필요

‘야심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현실적인’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간극은 좁혀질 것인가. NDC와 전기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전환(발전 등)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이를 관리하는 정부 주도 정책들 중 하나가 전기본이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잠정치) 중 전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1.6%다.

하지만 두 정책 간의 정합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 꾸준히 있어왔다. 그 이유들 중 하나가 ‘부처 간 칸막이’였다. 에너지와 온실가스 감축 업무가 각각 옛 산업통상자원부와 옛 환경부로 나눠져 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5일 기후변화학회지의 논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대안적 전원 구성 시나리오의 통합평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제11차 전기본은 2030년 NDC에 나타난 전력 부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지속적으로 지키지 못할 수 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연구팀이 통합평가모형(GCAM-SNU) 등을 활용해 제11차 전기본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정부가 제시한 전원 구성으로는 2030년 NDC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제11차 전기본이 2030년 NDC와 일치한다고 밝혔지만, 연구팀이 독립 검증한 결과 같은 전원 구성에서도 배출량이 13.3MtCO₂e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정부가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배출계수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를 달성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더 문제는 이러한 패턴은 제10차 전기본에서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2025년 10월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를 합쳐서 기후부가 출범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따로 국밥’처럼 나눠져 있던 업무를 한곳에서 총괄하면서 정책 정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 첫 시험대가 제12차 전기본인 셈이다. 제12차 전기본 계획기간은 2026~2040년이다. 기후부는 2026년 내 확정을 목표로 지난해 12월부터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제2차 정책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2일 기후부 관계자는 “2035년 NDC는 굉장히 과감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고 부처가 새롭게 출범한 만큼 전기본과 NDC의 정합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며 “이번 제12차 전기본은 과거와 달리 NDC 달성을 위해 최적의 전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전원 믹스를 제대로 짜기 위해서는 전력망 계통 전력시장 등이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믹스를 통해 시스템 전체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커지는 논란, 기업 기후책임은 어디까지 = 이러한 ‘목표와 실행 사이의 괴리’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니다. 국제 사법부도 똑같은 난관에 봉착했고 앞으로 이 문제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2024년 네덜란드 헤이그 항소법원은 석유기업 쉘(Shell)에 내렸던 온실가스 감축 명령을 번복하면서 기후과학을 기업 책임으로 전환하는 법적 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21년 헤이그 지방법원은 환경단체 밀리우데펜시(Milieudefensie)의 소송에서 쉘에게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 45% 감축을 명령했다. 그러나 2024년 11월 항소심은 쉘의 감축 의무 자체는 인정하되 구체적인 감축 목표 설정은 거부했다. 당시 법원은 “부문별 감축량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기후소송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이중잣대’다. 정부에는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위기 책임을 물을 수 있어도 기업에게는 불가능한 게 적정하냐는 지적이다. 덩달아 기후과학을 기업 책임으로 전환하는 법적 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논문 ‘기후 과학을 법적 기준으로 전환하기: 밀리우데펜시 대 쉘 사건의 교훈’에 따르면, 향후 커질 수밖에 없는 기업의 기후책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이먼 디츠 런던정경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네덜란드 법원은 2015년 우르헨다 판결에서 통합평가모델(IAM)을 근거로 정부에 법적 구속력 있는 감축 의무를 부과했다. 통합평가모델은 △기후과학 △에너지 시스템 △경제학을 결합해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제시하는 컴퓨터 모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배출 감축 경로를 제공한다.

그러나 같은 법원이 쉘 항소심에서는 동일한 방법론의 개별 기업 적용을 꺼렸다. 이 논문에서는 “정부 의무 설정에 사용된 과학적 접근법이 기업에는 불충분하다는 판단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석유·가스 기업에 적용 가능한 부문별 감축 방법론이 이미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부문별 탈탄소화 접근법(SDA)은 통합평가모델 결과를 활용해 산업 부문별로 차별화된 감축 목표를 도출한다. 과학기반 목표 이니셔티브(SBTi)는 이 방법론으로 4000개 이상 기업의 감축 목표를 검증했다.

밀리우데펜시 측은 쉘의 석유 부문 28.5~51.7%, 가스 부문 30.1~50.5% 감축이 필요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논문에서는 “법원은 이 범위가 과학적 합의 부족을 보여준다고 판단했지만, 우르헨다 판결처럼 제시된 범위의 하한선을 최소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었다”고 제언했다. 법원이 구체적 수치를 정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과학 기반 전환 계획을 수립·공시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인권재판소가 스위스 정부에 탄소예산과 중간 목표 설정을 요구한 사례와 유사하다.

유럽연합은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파리협정 1.5℃ 목표에 부합하는 전환 계획 수립을 의무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도 2023년 개정판에서 ‘과학 기반 정책과 전환 계획’ 명시했다. 영국 호주 스위스 싱가포르도 유사 규제를 도입했다.

논문에서는 “규범은 점차 ‘경성법(hard law)’으로 강화되고 있지만 구체적 이행을 강제하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약하다”며 “소송 과학 규제가 협력해 일관된 기업 기후 책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유사 소송들이 진행 중인 만큼 쉘 판결의 파급효과는 계속될 전망이므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 번도 못 지킨 NDC, 현장 혼돈만 가중 = 대한민국의 NDC와 전기본 괴리 문제와 쉘 판결은 닮은 점이 많다. 상위 목표는 과학에 기반해 야심적으로 세웠지만 실제 실행계획은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설정되는 이중 구조를 보인다는 점이다. 쉘 사례에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파리협정 체제 하의 국제 목표는 명확했다. 하지만 이 중 개별 기업의 책임 배분 방식은 불명확했다.

대한민국 사례 역시 비슷하다. NDC 목표는 명확하지만 실제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력 비중 등은 계속 조정이 된다. 물론 2년마다 수립되는 전기본과 상대적으로 호흡이 훨씬 긴 NDC가 완벽히 일치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NDC가 전기본보다 더 큰 영역을 품고 있기 때문에 두 제도를 단순 비교하는 게 힘들다는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간극을 좁히도록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기후위기 대응이 야심찬 목표 발표로만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은 단 한번도 국제사회에 공언한 NDC를 지켜본 적이 없다. 구체적이고 실제 집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나와야만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뿐더러 기업들이 느끼는 혼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후부 존재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셜명

■전력수급기본계획 =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전력설비와 전원구성을 설계하는 계획이다. 2년 단위로 수립되며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의 기본방향과 전력수급의 장기전망 등 전력정책의 기본적인 방향과 내용을 담는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 국제사회에 감축이행을 약속하는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단 새로운 NDC는 기존 수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2035년 NDC는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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