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돈 공천’ ‘줄 공천’ 사라질까?
공천헌금, 명태균 게이트 논란에
여야 모두 ‘공천 혁신’ 경쟁 나서
선거제도·정치개혁으로 나아가야
병오년 새해 가장 큰 화두는 ‘지방선거’다. 국민들은 오는 6월 3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통해 17곳의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지방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벌써 9회째다. 하지만 이번 민선 9기 지방선거는 이전 선거와 사뭇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일신문은 병오년 새해를 맞아 ‘6.3 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를 미리 짚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공천제도 개혁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공천헌금 의혹과 경선 규칙, 후보 자격 기준 등을 둘러싼 갈등이 동시에 분출되면서 공천 방식 자체가 선거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거에서 이기려면 공천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공천비리를 뿌리뽑으려면 근본적으로 정당법과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권공천·줄세우기 논란 확산 = 최근 불거진 강선우·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은 공천제도 개혁 논의를 촉발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개인 일탈이라는 선을 긋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공천 구조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공천 비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명태균 게이트로 시작된 윤석열·김건희 전 대통령 부부의 지방선거 공천개입 의혹은 특검수사를 거쳐 국가수사본부로 이첩됐다. 특검수사 과정에서 ‘건진법사’가 2022년 지방선거 때 공천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상태다. 이는 여야를 떠나 정당 공천제도의 고질적인 병폐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이에 여야 모두 ‘공천혁신’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며 “새로 개정한 공천관련 당헌당규를 엄수토록 해 비리 유혹은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겠다”고 강조했다. ‘클린 선거 암행어사단’ 발족, 컷오프 없는 열린공천 시스템, 철저한 부적격자 검증 등을 통해 깨끗하고 공정한 공천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겠다고 부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지선 승리를 위해, 공천에 있어 새로운 인물들로 파격적인 공천 혁신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르면 8일 지방선거 인재 영입, 외연 확장 등 ‘공천 혁신’에 방점을 둔 당 쇄신안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공천 개혁 성패가 지방선거 경쟁력 = 그러나 여야 모두 선거 때마다 ‘공천혁신’을 공언했던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때문에 단순히 공천과정의 비리 차단을 넘어 절차의 공정성과 시민 참여 확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공천관리위원회 혁신, ‘우선추천’ 제도 확대, 공천 결과 실시간 검증 시스템 마련 등이 공천 혁신의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됐다. 시민사회 및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시민배심원단 같은 제도 도입도 거론된다. 이는 기존 내부 중심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노민호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공천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과정에 시민사회 등 외부 인사들이 참여해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며 시민배심원단 같은 후보자 자격 검증 절차 도입 필요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공천제도 개혁을 단순한 당내 관리 문제가 아니라 선거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천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후보 개인의 역량과 무관하게 정당 전체가 심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는 후보 개인의 이미지와 지역 밀착성이 중요한 만큼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은 곧바로 표심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역정당 설립 등 근본적 변화 필요 = 공천개혁 논쟁은 정당 내부 문제를 넘어 지방선거 전반의 제도적 정합성과 유권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조적 과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내 공천제도 혁신이 본질이 아니다”라며 “이번 기회에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으로 ‘돈 공천’, ‘줄 공천’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도 정당·선거제도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희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은 최근 ‘지역정당’ 법안을 지방선거 전까지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정당법은 서울에 중앙당을 둬야만 정당 등록이 가능해 지역 기반의 정당 창당을 막고 있는데 이 제한을 풀고 ‘지역정당’을 만들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 지역이 490여곳에 달했다”며 “지역정당이 생기면 지방자치를 가로막는 핵심 요인인 거대 양당의 독점 구조를 깨고 지역맞춤형 입법이 가능해 지역소멸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일당 독점 구조를 깨고 지방의회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광역의원 정당명부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광역의원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선거방식 역시 정당에 투표해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자는 게 골자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소수정당들은 광역의원은 물론 기초의원도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이 공천 혁신을 넘어 선거제도 변화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가 6.3지방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곽태영·김신일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