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불장 착시’ 경계심 높일 때다
새해 벽두부터 코스피가 ‘불장’을 거듭하고 있다. 새해 첫 개장일인 2일 4300선을 돌파하더니 5일에는 4400선마저 수직 돌파했다. 폭등을 주도한 세력은 외국인이다. 2거래일 연속 개인과 기관이 주식을 팔고 있음에도 순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5일에는 무려 2조원대 매머드 순매수를 했다.
외국인은 특히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일 7.17% 급등하더니 5일에도 7.47% 추가 급등했다. 삼성전자 같은 무거운 주식이 이틀 연속 7%대 급등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작년에 급등했던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은 2일 3.99%, 5일 2.8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초 불장에도 내린 종목이 더 많아
반도체주 급등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HBM4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과 일각에서 올해 영업익 100조원 전망이 나올만큼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외국인 판단에 따라 급등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상반기내에 5000선도 돌파할 것 같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당연히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은 싱글벙글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내 5000 공약’이 임기 초 달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연말연초 공천헌금, 이혜훈 지명 논란 등 각종 여권발 악재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도리어 반등하고 있다. 현재 주식 인구는 1400만명을 웃돈다. 주가가 오르면 가계에 그만큼 쓸 수 있는 여윳돈이 많아진다. 선거에 이만한 호재도 따로 없다는 게 정부여당 판단이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연초 ‘불장’에도 불구하고 오른 종목보다 내린 종목이 더 많다. 특히 개미들이 선호하는 소형주의 경우 상당수가 불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특히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국제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 종목만 불장이라는 대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성장률이 1.8%로 작년의 1%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 잠재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격차가 커 체감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K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며 “신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변화하는 등 구조전환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특정 부문에 편중된 성장, 회복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특히 대외 상황과 관련, “주요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 5월로 예정된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이후 미연준의 정책방향과 그에 따른 시장 영향은 중요한 변수”라며 “일본 유로지역 호주 등에서는 금리인상이 시작되었거나 기조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국가 간 차별화된 통화정책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와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정부부채의 이자 부담 확대로 재정여건이 크게 악화했다”고 우려했다. 기대수명이 10년 이상 늘어나면서 서방 재정건전성이 급속 악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글로벌 재정위기 발발 가능성을 걱정한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AI 산업에 대한 기대 조정 가능성 역시 금융시장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며 AI 거품 파열 가능성도 제기했다.
극한적 불확실성 시대, 벼랑끝 위기감으로
이 총재의 경고는 사실상 산업계가 이미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7000억달러 수출고지에 오른 작년만 해도 15개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수출이 늘어난 업종은 6개에 그쳤고 9개는 줄었다. 이미 수출감소 업종은 감원 공장매각 등 혹독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살아남기 위한 벼랑끝 생존경쟁중이다.
십수년 전부터 “반도체 같은 산업이 10개는 돼야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가 됐다. 이미 세계는 ‘레드오션’이다. ‘불장 착시’에 빠지지 않고 국가 수뇌부가 벼랑끝 위기감으로 대처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극한적 불확실성 시대다.
박태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