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정부’ 기대감, 지방정부로 이어질까

2026-01-06 13:00:01 게재

중앙정치 ‘대리전’ 양상 띠면서

‘누가 유능한가’ 경쟁하는 선거

병오년 새해 가장 큰 화두는 ‘지방선거’다. 국민들은 오는 6월 3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통해 17곳의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지방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벌써 9회째다. 하지만 이번 민선 9기 지방선거는 이전 선거와 사뭇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일신문은 병오년 새해를 맞아 ‘6.3 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를 미리 짚어본다.<편집자주>

올해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일 잘하는 리더’를 선출하자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선 지방자치를 통해 유권자들은 지자체장 권한으로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삶을 윤택하게 해줄 수 있음을 경험했고 거대 담론보다 자신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초단체장 출신의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효능감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업무보고 생중계 효과 ‘경력보다 실력’ =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업무보고 생중계는 공직사회는 물론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시중에 “국정 업무보고가 넷플릭스 등 온라인 영상 서비스(OTT)보다 재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1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전 부처 업무보고가 생중계됐다. 국정 업무보고 생중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무보고 중 실시간 ‘즉문즉답’은 시시비비를 떠나 이 대통령의 높은 국정 이해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번 공개 업무보고는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일꾼론 경쟁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부산 연합뉴스

당장 각종 커뮤니티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선 대통령처럼 일 잘하는 단체장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텐인텐광주 네이버카페의 닉네임 ‘무등산인 광주’를 쓰는 한 네티즌은 “(광주시장은) 좌든 우든 상관없으니 이재명 대통령처럼 일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여수지역 ‘똑소리닷컴’의 블로거 한 모씨는 “업무보고 생중계를 본 유권자들은 화려한 경력보다 얼마나 실무에 강한지 따질 것”이라며 “실력을 파악할 방법은 시청의 각종 회의와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시민들에게 공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노민호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으로 인해 생긴 ‘유능한 정부’라는 인식이 지방정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이번 지방선거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라며 “진영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할 조건이 마련될 것인지, 여전히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선거가 될지 따져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회 의원의 62%, 전북도의회 의원의 55%가 무투표로 당선됐다. 광주(48%) 전남(42%) 경북(30%)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포함한 광역의회 10개 지역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노 공동대표는 “지방선거에서 무투표당선 같은 일당독재 현상이 번번이 나타나는 환경에서 실력있는 지방정부가 얼마나 탄생할지 관심”이라며 “‘유능한 지방정부’ 연대라는 이름으로 어느 세력이 어떻게 결집할지, 이러한 흐름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역 프리미엄’ vs ‘대통령 후광효과’ = 사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꾼론’을 띄우고 나선 것은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8일 엑스(옛 트위터)에 성동구 구정 만족도가 92.9%였다는 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정원오 구청장님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보다”라고 공개 칭찬했다. 정 구청장은 이 대통령의 게시물을 인용하며 “원조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라고 화답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현직 단체장들은 ‘일 잘하는 단체장’ 프레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수도권의 국민의힘 단체장들은 “국정 안정론 대 정부 견제론이란 프레임보다 지역 발전을 위한 행정 연속성, 유능함으로 승부해야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회의원 출신보다 시장·구청장·지방의원 등으로 실력을 검증받고 체급을 올리려는 후보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정원오 마케팅’이다. 전남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주철현(여수갑)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여수가 고향인 정 구청장을 초청해 ‘서울-전남 협력 및 지역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수원시장, 광명시장 출신으로 경기지사에 도전하는 염태영 의원과 양기대 전 의원도 정 구청장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일 잘하는 단체장’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충북에선 청주시장에 도전하는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일꾼론을 강조하며 유력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해 12월 13~14일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선거에 영향을 주는 구도(국정안정-정권심판) 이슈(내란청산, 부동산 등) 인물(후보) 3대 요소를 모두 따져보면 6대 4 정도로 집권여당에 유리한 선거가 전망된다”면서 “후보의 경우 여당은 대통령 후광효과, 야당은 현역 프리미엄이 맞붙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론·견제론’보다 ‘일꾼론’ 앞서 = 하지만 진보진영에선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로 축소해선 안된다”며 “이번 선거는 내란세력을 심판하는 선거이며 내란세력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JTBC가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8~29일 1005명(가상번호 전화면접)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국정 안정론이 정권 심판론보다 앞섰다. 올해 지방선거에 대해 ‘정부·여당을 지지해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라는 응답이 28%, ‘정부·여당을 견제해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라는 응답은 18%로 각각 나타났다. 그러나 정당과 상관없이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응답이 46%로 다른 두 선택지보다 훨씬 높았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에 대해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언론 기고에서 “국정 안정론이 정부 견제론 대비 우세하다는 점은 확실하나 둘을 합한 수치만큼 높은 비율로 나타난 게 일꾼론”이라며 “정치투쟁보다 민생회복을 위한 일꾼이 더 필요하다는 민심이 잘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는 민생을 회복해 달라는 절절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데 여당은 무리한 사법개혁을 외치다가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고 야당은 과거와 단절하지 못한 채 낮은 지지도에 고착돼 있다”며 “과연 민생을 외면한 정당정치가 국민의 선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곽태영·김신일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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