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이 잡아둔 출국금지의 위법성
수사기관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기약 없이 수사를 끌며 미국 영주권자의 출국을 장기간 막는 것은 정당할까? 아니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22년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으나 2024년 4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23년 8월 횡령 혐의로도 수사를 받았지만 2024년 5월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2024년 6월 새로운 수사첩보를 근거로 코인 사기 및 배임 혐의 수사를 재개하며 A씨를 출국금지 조치했고, 이후 수차례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A씨는 “미국 영주권자로서 미국 외에서 1년 이상 체류 시 영주권이 박탈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원고에 대한 수사기간이 다소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해당 연장 처분이 출국금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거나, 그로 인해 달성하려는 대한민국의 국가 형벌권 행사라는 공익에 비해 A씨가 입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2부는 2025년 10월 31일 미국 영주권자인 사업가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출국금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2025누7430).
재판부는 “피해자가 많고 사안이 복잡해 상당히 장기간 수사가 필요하다거나, A씨가 미국 영주권자로서 미국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어 출국 후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① 조사사건으로 접수된 수사첩보에 대해 2회의 참고인 조사 정도만 진행한 채 1년 이상 별다른 추가 조사나 사건 처리도 하지 않으면서 출국금지 기간만 연장하고, ② 향후에도 조사 종료 시기를 예정하거나 조사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조사 마무리 시까지 장기간 출국금지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