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양극화에 우려 커지는 ‘K자형 회복’

2026-01-12 13:00:01 게재

연초부터 코스피시장은 기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 올 영업이익 전망치가 100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증권사 보고서도 나왔다. 연간 경제성장률을 2% 초반으로 보는 기관도 있다. 하지만 올해 한국경제를 전망하는 다수 보고서들은 업종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 경제성장률 2% 달성을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과 신년사에서 양극화 문제를 강조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인식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는 회복국면에 접어들지만 산업간 격차가 확대되는 ‘K자형 회복’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른 내수회복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중심의 수출 확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반면, 구조적 공급과잉과 중국제품과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산업의 부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산업연구원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2026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8~2.1%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바이오·화장품 웃고 철강·석화는 울상

수출은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교역 둔화,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 회복과 건설경기 둔화 폭 축소, 정부의 확장재정이 내수를 떠받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은 양극화 성장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이어지면서 2026년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대비 11%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동시에 살아나며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와 바이오 산업 역시 성장업종으로 분류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대형화와 확장현실(XR) 시장 확대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수출은 3.9% 증가할 전망이다. 바이오 산업은 위탁개발 및 생산기업(CDMO) 대형 계약 확대와 미국 생물보안법(중국기업 규제) 시행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올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 관련업종 전망도 긍정적이다. 국내 기업용 ICT 시장은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시장은 지난해 대비 25%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이 단순 언어모델을 넘어 제조·물류 현장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면서 기업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케데헌(케이팝데몬헌터스)’ 열풍 등 K-팝과 K-푸드 K-뷰티에 대한 글로벌시장 수요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 화장품 의약품은 지난해 각각 100억달러 이상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한 조선업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군함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외형확대보다는 실적을 높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저가공세 심화는 부담 요인이지만 미국의 마스가(MASGAㆍ다시 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정책 본격화는 호재로 점쳐진다.

자동차 산업도 완만한 회복세가 기대된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반등하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관세 불확실성 해소와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 본격화가 긍정적 요인이다. 건설업은 공공 부문이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다. 건설 수주는 지난해 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간접자본 예산 확대와 공공택지 공급 확대가 민간 부진을 보완하며 수주 안정판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반면 내년에도 역성장이 예상되는 업종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철강과 석유화학을 들 수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각국의 수입규제 강화로 철강 수출은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역시 수급 불균형 속에서 6% 이상 수출감소가 전망된다. 정유도 글로벌 공급 우위 기조가 유지되고 유가하락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지난해 대비 16.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수주 취소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이차전지는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대응으로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중국제품 공세와 전기차 수요 증가율 둔화로 12% 감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생태계 튼튼히 하고 구조조정 제때 이뤄져야

2026년 한국경제는 성장률 반등이라는 외형적 개선 속에서도 산업 간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 대만 등 경쟁국가에 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산업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약점이 있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반도체 조선 업종의 산업생태계를 튼튼히 해 성장과실이 보다 폭넓게 확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부진한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구조조정을 때맞춰 진행해 산업 전환 속도를 높이고, 취약 업종의 연착륙을 지원하는 정책적 대응이 제때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범현주 산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