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희 변호사의 이혼소송 이야기 (10)

자기, 딸기빙수 먹으러 갈래?

2026-01-12 13:00:10 게재

일반인들이 접하는 이혼소송은 대개 텔레비전 속 이야기다.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혹은 자극적인 기사와 칼럼을 통해 간접 경험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혼소송은 이른바 ‘막장 드라마’로 인식되곤 한다. 물론 이혼소송까지 가는 경우 실제 그런 사례도 있긴 하다. 서로를 향한 원망과 분노가 극에 달해 있고, 과거의 상처를 들추며, 법정에서조차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상대에게 칼날을 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모든 이혼소송이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며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였던 만큼, 비록 이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을 지키려는 분들도 많다. 특히 사건본인, 즉 아이들이 있는 경우 부모로서의 책임감 때문에라도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 노력하곤 한다.

얼마 전 맡았던 사건이 그랬다. 양측 모두 변호사를 선임했고, 쟁점도 적지 않았다. 재산분할과 양육 문제를 두고 서면은 자주 오갔고, 양 당사자의 주장 역시 팽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위해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되, 인격을 모독하거나 과도하게 헐뜯지는 않았던 것이다. 법정 밖에서는 아이들의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위해 아이들의 학교 행사나 양육 문제에 대해 문자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조율하곤 했다.

소송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양측 모두 조정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에서 정한 조정기일, 나는 의뢰인과 함께 법원에 출석했다. 조정실에서 양 당사자는 담담하게 이혼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예상보다 빠르게, 그것도 매우 원만하게 조정이 성립되었다.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면접교섭, 양육비까지 모든 것이 원만하게 정리되었다.

조정을 마친 후, 나는 의뢰인에게 향후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자 법원 복도 대기실 의자에 앉자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상대방이 우리 의뢰인에게 다가와 말했다.

“다 끝났다. 딸기빙수 좋아하지? 자기, 딸기빙수 먹으러 갈래?”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방금 전까지 이혼 조정을 마친 두 사람이었다. 이제 법적으로는 완벽히 남남이 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를 여전히 ‘자기’라고 부르고 있었다. 우리 의뢰인은 내게 “변호사님, 나중에 전화드릴게요”라고 말하고는 상대방과 함께 딸기빙수를 먹으러 갔다.

참어른들의 아름다운 이별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결혼이 끝났다고 해서 함께했던 시간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미워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 이제는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 그날 법원 복도에서 나는 딸기빙수 한 그릇으로 마무리된 아주 성숙한 이별을 보았다.

노주희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