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소비자원, 소비자 피해 일괄구제 추진
주병기 공정위원장,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
결혼 서비스 가격 정보 편의성 대폭 높인다
인공지능 활용 ‘딥페이크’ 광고 감시 추진
앞으로 소송이나 조정 신청을 하지 않은 소비자도 일괄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사업자의 불공정거래 애로 사항을 한 곳에서 지원하는 ‘공정거래종합지원센터’도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대회의실에서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공공기관 업무보고회를 개최했다.
◆소액 소비자 피해사건 일괄구제 = 소비자원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유사·동일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피해 구제를 신청하지 않은 소비자까지 일괄 구제하는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다수의 소비자가 소액의 피해를 입은 경우,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해 신속하고 종국적인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또 소액 사건에 대해서는 단독 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소송 지원도 확대해 소비자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인다.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사업자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에 조치를 요청하고 후속 결과를 확인하는 등 엄정한 법 집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예비부부의 결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추진된다. 소비자원은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을 통해 제공하는 결혼 서비스 가격 정보의 이용 편의성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보호 시스템도 고도화한다. 소비자원은 AI 기반 정보 수집·분석 시스템을 통해 딥페이크(합성·조작)를 악용한 허위·과장 광고와 해외 위해 제품의 국내 유통을 상시 감시한다. 이를 통해 허위 정보와 위해 제품 확산을 신속히 차단하고,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해 처리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플랫폼 피해분쟁 절반이 쿠팡 관련 =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중소사업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조정원은 올해부터 ‘공정거래종합지원센터’ 사업 예산이 확보됨에 따라 공정거래·하도급·유통 등 모든 ‘갑을’ 분야 사업자에 대한 애로 상담, 소송 지원, 피해 예방 교육 등을 통합 제공한다.
한편 공정거래조정원에 지난해 접수된 온라인 플랫폼 관련 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조정 신청 중 절반이 쿠팡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영근 조정원장은 “쿠팡이 조정원의 제일 큰 단골손님”이라며 “최근 온라인 플랫폼 관련 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이 많이 접수되고 있어 지난해 400건 정도 접수됐는데 쿠팡과 관련해 200건 정도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다만 “법 위반과 무관하게 관련 분쟁을 처리하는 것이다보니 분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입점하는 업체가 많아져 분쟁도 많아지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 역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접수한 상황이다. 한용호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8일 저희에게 신청이 접수돼 집단분쟁조정 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회의를 이르면 내달이나 3월 중 회의를 개최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소비자원은 SK텔레콤의 정보유출과 관련한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접수해 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주병기 “소비자 보호 적극 역할”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소비자원과 공정거래조정원은 현장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사상 최초로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는 만큼 국민이 양 기관의 정책과 서비스를 더 잘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등을 언급하며 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 제품 검증 등 소비자 보호 대책 일정을 앞당겨 줄 것을 당부했다.
조정원에 대해서는 “중소사업자 입장에서는 신속한 분쟁 조정이 절실한 만큼 업무에 매진해 달라”며 “기관의 유용성에 비해 대국민 인지도가 낮은 측면이 있으므로 소통과 홍보에 더욱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원의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업무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인력 부족은 구조적 문제이고, 장기적으로 관련 부처와 계속 협의해 나갈 사안”이라며 “인공지능(AI) 등 새 시스템을 활용하는 노력도 이어나갈 것”을 주문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는 대통령 업무보고와 마찬가지로 생중계됐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