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R&D 예산 35조원 시대 ‘K-자율주행’ 골든타임 잡아야
최근 정부가 발표한 R&D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원으로 편성됐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정책의 전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는 단순한 과거 수준의 복원이나 일시적인 예산 증액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술 주도로 잠재성장률의 한계를 돌파하고 과학기술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축으로 다시 세우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성장의 동력을 재정이 아닌 혁신기술에서 찾겠다는 국가적 의지가 35조원이라는 수치 속에 분명히 담겨 있다.
필자는 이번 R&D 예산의 화두를 ‘거토진취(巨土進取, 거대한 토대를 다져 흔들림 없이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취한다)’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위축되었던 연구생태계의 기반(土)을 복원하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이라는 미래의 결실을 과감하게 취하겠다는 정책적 태도가 이번 R&D 편성 전반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구의 뿌리를 다시 단단히 내리면서도 국가전략기술의 성과를 산업과 사회로 연결하려는 이중구조는 이른바 ‘진짜 성장’을 향한 본격적인 방향전환이라 평가할 수 있다.
CES2026에 구현된 ‘모빌리티 AX’ 기술
이러한 예산 흐름은 최근 개최된 CES 2026에서 확인된 글로벌 기술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CES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임베디드 AI가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었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히 이동하는 기계장치를 넘어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정의하고 데이터와 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움직이는 AI 플랫폼’으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다. 정부가 2026년 R&D 예산에서 AI 분야에 2조원 이상 파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모빌리티 AX(AI 전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와 고성능 AI 가속기 개발 등 인프라 강화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자율주행 분야는 이번 예산에서 국가전략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할 핵심 영역으로 부상했다. 도심 공간을 실험무대로 삼는 자율주행 리빙랩 구축, 레벨4 이상 기술의 실제 도로 검증, 범부처 협력을 통한 제도 정비와 실증의 병행은 기존 연구 중심 접근과는 분명히 다른 궤적이다. 이는 자율주행이 연구실을 벗어나 도시와 산업현장으로 진격하는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의 전략가치 본격화하는 원년
물론 자율주행은 기술의 완성도만큼이나 시민의 신뢰, 안전성 확보, 책임구조 정립, 그리고 규제혁신이 함께 작동해야 안착할 수 있다. 이번 예산이 AI 신뢰성과 안전성 등을 중요한 축으로 함께 강조한 것은 이러한 현실인식을 정교하게 반영한 결과다. 기술을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사용하는 것이 더 어려운 과제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기술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민간의 창의성과 도전이 공공 R&D와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실증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제도와 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도로 위에서 미래를 만나고 있다. 2026년이 대한민국 R&D가 자율주행이라는 전략적 가치를 본격적으로 취하는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자율주행 강국을 향한 대한민국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