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복도 야당 복도 없다’…자충수 쌓는 거대 양당

2026-01-15 13:00:04 게재

제명·공천·개혁 갈등 겹쳐 … 지방선거 전 리스크 관리 시험대

역대 선거 패배 공식 재현 우려 … 민생·국민 이익은 뒷전

“야당 복이야, 여당 복이야? 이쯤 되면 남불나행(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도 없는 것 아닌가”

여야가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잇단 제명과 정책 갈등으로 동시에 내홍에 빠졌다.

정권을 뺏긴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를 기습 제명했고 친한계를 비롯한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반발하면서 사실상 내전상태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윤리심판원이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 대해 제명 처분 결정을 내렸고, 경찰이 공천헌금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정부의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내부 반발도 심상찮다.

민주당 원내정책회의에서 현안 관련 발언하는 한병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현안 관련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여야 모두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내홍에 휘말려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형국이다.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후보자와 선거구가 넓어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선거에 중앙당 차원의 판단이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사태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와 한 전 대표가 정치적 해법 모색 없이 사생결단식으로 정면충돌하면서 당 안팎에선 당내 분열이 공개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재판 1심 선고가 2월로 예정된 가운데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내란세력과의 절연 문제 등을 놓고 또 부딪칠 공산이 크다.

김병기 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선 공천헌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여당의 도덕성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아직도 이런 의혹이 있다는 것 자체가 모욕적”이라는 한탄이 나왔다. 야당의 ‘공천헌금 특검’에 대한 요구가 높고 경찰의 수사 지연 등이 봐주기 수사 프레임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선거 직전 내부 분열과 도덕성 시비라는 자충수는 역대 선거에서도 여야에게 치명적 상처를 남겼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당과 청와대가 분열상을 보이며 사실상 분당 상태였다. 여당 분열과 국정 혼선은 결국 지방선거에서 집권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1명에 불과한 참패를 기록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는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등 야당의 실책이 선거결과로 이어졌다. 정권을 빼앗긴 야당이 반성과 쇄신 대신 여권에 대한 공세에만 집중하면서 ‘대선불복 프레임’의 역공을 당한 사례다.

집권세력 내부의 정책추진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선거 패배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친이-친박’으로 갈려 정면으로 충돌했다. 정권심판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수도권 단체장 선거에서 대거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이 최근 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정부안을 두고 내부 반발을 수습하는 데 진력을 쏟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의 숙의와 정부의 의견 수렴’을 지시하고, 정청래 대표도 ‘충분히 공개적으로 치열하게 공론화 토론을 활발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비판론이 제기되면서 자칫 당정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14일 충남 서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입법예고안은 확정된 안이 아니고, 수정 변경이 가능하다”며 “국민과 당원 목소리를 듣고 수정·변경하겠다”며 정부안 수정 여지를 열어뒀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 “사실상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건드린 것”이라며 “수사 범위에 9대 범죄를 넣은 것도 국가수사본부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정부안에 대해 “전체가 다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생각한다. 턱도 없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당의 이같은 반발이 사전에 반영되지 못하고 공개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당정청 24시간 핫라인을 구성해 쟁점은 사전에 조율하고, 의사 일정과 입법 일정은 미리 계산해서 책임을 명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6·3지방선거 승리, 민생·개혁 입법 추진을 위해 당정청 소통 문제를 적극 해소하고, 결속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여당이 최대 현안으로 강조해 온 검찰개혁안이 이같은 구상과 대비되는 과정을 밟은 셈이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정권교체 후 민주당 독주에 대한 우려가 큰 데다 쟁점 현안 처리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자칫하면 오만한데 무능하다는 식으로 공격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과 야당 가운데 누가 반사이익을 얻을지는 불투명하지만, 국민의 이익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내란종식과 내란세력 심판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유능한 여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수도권 중도층과 부산·경남 등 전략지역의 투표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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