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인반도체 위한 지방희생, ‘용인’할 수 없다

2026-01-19 13:00:02 게재

지금까지 충남은 전국 전력의 절반을 소비하는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느라 전국 석탄발전소 61기 중 29기를 떠안으며 온실가스 배출 전국 1위, 대기오염물질 배출 전국 2위 등 온갖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충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했지만 이 전기를 소비하기 위해 기업이 입주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석탄화력이 입주한 당진 태안 보령 서천 등에서 생산된 전기는 대부분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충남은 수천개의 송전철탑이 지역 곳곳에 세워져야 했다.

이러한 전기의 ‘역외유출’은 2021년 기준 전력자급률 당진 450%, 보령 2954%, 태안 4890% 라는 믿기 어려운 수치로 증명됐다.당진은 그나마 대규모 제철소가 입주했기 때문에 이 정도이지만 보령과 태안에는 생산한 전력을 소비할 그럴 듯한 기업 하나 입주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호남의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의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보내겠다며 충남 전역에 송전철탑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새만금-청양-고덕 노선과 새만금-신서산 노선, 군산-북천안-신기흥 노선, 신정읍-신계룡-북천안 노선, 신임실-신계룡 노선의 345kV 송전선로가 추진되고 있다.

충남 대부분 시·군에 송전선로 추진

이처럼 정부가 전북에서 시작되는 5개 노선의 송전선로를 충남으로 모아 수도권으로 보내는 노선을 설계하다 보니 충남의 15개 시·군 중 태안과 당진을 제외한 13개 시·군이 사업대상지가 될 처지다. 호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면서 중간에 낀 충남은 애꿎게 피해만 입게 됐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 기업을 입주시킨 후 필요한 전기를 석탄화력이 밀집한 충남 강원, 재생에너지가 집중된 호남에서 끌어오는 전력체계는 수많은 송전선로 건설을 위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불러일으키는 폭력적 방식이다. 언제까지 전력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을 분리하고 장거리 송전으로 지역을 수도권의 전력 식민지로 삼을 셈인가.

이와 같은 송전선로는 필연적으로 자연환경을 훼손하며 전자파와 소음 피해, 지가하락 등으로 주민피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또한 건설비와 주민민원으로 인한 비용상승과 함께 장거리 송전으로 인한 전력손실도 막대하다.

따라서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을 분리시킬 것이 아니라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원칙에 따라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에 소비하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전력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에 기업을 유치한다면 송전선로 건설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산업단지 이제는 전기 생산하는 곳으로

호남에서 생산된 전기를 충남을 거쳐 용인 반도체 산단에 보내려는 계획을 당장 중단하고 반도체 산단에 대한 타당성 재검토를 통해 꼭 필요한 산단은 전력 생산지에 건설하도록 해야 한다. 아직 기업입주 전이므로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렇게만 되면 충남에 송전철탑을 추가로 건설할 필요가 없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와 호남-수도권 송전선로는 수도권 일극주의의 민낯을 보여준 생생한 사례다. 또한 그동안 수도권의 전력식민지 역할을 맡았던 지방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임계점에 달하게 만든 계기다. 이제는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 지방민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유종준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