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관세’에 EU ‘무역 바주카포’ 맞불

2026-01-19 13:00:30 게재

“930억유로 보복 재가동” ACI 발동론 급부상

‘발사’보다 ‘조준’ 가까워 … 다보스포럼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 구상을 압박수단으로 삼아 유럽 동맹국들에 추가 관세를 예고하자 유럽연합(EU) 내부에서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프랑스가 선봉에 서고 유럽의회가 비준 절차를 지렛대로 압박에 나섰다. EU는 최대 930억유로(약 159조원) 규모의 보복관세 재가동과 미국 기업의 EU 시장 접근 제한 가능성까지 테이블에 올린 모습이다.

2026년 1월 18일 일요일, 그린란드에 도착한 덴마크 육군 병사들이 실사격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덴마크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섬 장악 위협에 대응하여 나토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그린란드 및 주변 지역에서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유럽 8개국을 지목해 “2월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인상 조건으로 “그린란드의 완전한 매입” 성사를 내걸었다고 전했다.

유럽이 이를 ‘동맹에 대한 무역 페널티’로 받아들이고 있다. 관세 대상 8개국이 최근 그린란드에서 진행된 나토 훈련에 병력·인력을 보낸 국가들이라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협력에 무역비용을 결합해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이 조치를 “협박”이라고 공개 비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프랑스는 EU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대응 옵션으로 ACI를 지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ACI 발동을 촉구하고 있으며, EU 주요 회원국들이 지난해 협상 당시 마련했던 930억유로 규모의 보복관세 목록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EU 대사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공동대응을 논의했으나 당장은 충돌보다 긴장완화를 우선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ACI는 2023년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상품 관세에 머무르지 않고 서비스·투자·금융·공공조달·지식재산권 등으로 대응 범위를 넓힐 수 있어 ‘바주카포’라는 별칭이 붙었다. 실제 발동으로 이어질 경우 미·EU 갈등은 상품관세를 넘어 미국 빅테크 등 서비스 부문까지 겨누는 단계로 확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절차’를 무기로 삼는 움직임도 분명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럽의회가 미·EU 무역합의 승인 문제를 그린란드 사안과 연계할 수 있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며, 국제통상위원장 베른트 랑게가 “국가 주권은 모든 무역협정 파트너로부터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표결 일정이 1월 26~27일로 거론되는 가운데 “지금은 승인 불가”라는 정치적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EU 집행부가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비준 보류’ 카드까지 만지작거린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측 메시지는 여전히 강경하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18일 NBC 방송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유럽의 “약함”을 거론하며 “서반구 안보를 다른 나라에 위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결국 미국의 안보우산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은 트럼프식 관세압박이 나토 결속을 훼손해 중국과 러시아에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반발한다. 다만 EU가 최상단 옵션인 ACI를 꺼내 든 것은 아직 ‘발사’라기보다 ‘조준’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적 접점을 찾을 마지막 창구로 이번 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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