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생산, 앞으로 2년간 ‘태양광’ 중심 증가
미국 에너지정보청 전망 … 트럼프정부 정책기조와 대조 주목
미국 전력시장에서 향후 2년간 태양광발전의 성장속도가 다른 발전원을 압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는 재생에너지 활용을 억제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하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과 배치돼 주목된다.
◆미국서 태양광설비 2년새 49% 증가 전망 =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1월 발표한 ‘단기에너지전망’에서 태양광발전이 향후 2년간 미국 전력생산 증가의 핵심동력이라고 지목했다.
EIA에 따르면 미국 전력부문의 총 발전량은 2025년 약 4조2600억킬로와트시(BkWh)를 기록한 이후 2026년 1.1%, 2027년 2.6% 증가해 2027년 4조4230억BkWh에 이를 전망이다.
발전원 구성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2025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약 75%를 차지했던 천연가스·석탄·원자력 등 3대 전통 발전원의 비중은 2027년 7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을 합한 비중은 같은 기간 약 18%에서 21%로 확대될 전망이다.
EIA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량이 2025년 290BkWh에서 2027년 424BkWh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6~2027년 약 70GW 규모의 신규 태양광 설비가 가동되면서 미국 전체 태양광 설비 용량이 2025년말 대비 약 49% 증가한 규모다.
◆텍사스가 이끈 태양광·배터리와 결합 가속 =지역별로 보면 태양광 설비 증설의 상당부분은 텍사스에서 이루어진다. 텍사스 전력신뢰성위원회(ERCOT) 전력망에 공급되는 태양광 발전량은 2025년 560억 kWh에서 2027년 1060억kWh로 거의 두 배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배터리 저장설비 확충이 병행된다. ERCOT 지역의 배터리 용량은 2025년 15GW에서 2027년 37GW로 확대될 계획이며, 이는 태양광 발전의 시간대별 변동성 대응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풍력 발전은 중서부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증설 속도는 둔화된다. 중부전력시장(MISO)이 관리하는 지역의 풍력 발전량은 2027년까지 연평균 100BkWh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발전원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천연가스는 절대 발전량 기준으로 유지·소폭 증가하지만 비중은 낮아진다. 천연가스 발전량은 2026년 1696BkWh로 2025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인 뒤 2027년 1711BkWh로 늘어난다. 하지만 전체 전력수요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전 비중은 2025년 40%에서 2027년 39%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 영향으로 ERCOT 지역에서 천연가스 발전이 23%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석탄 발전은 발전소 폐쇄 일정 등으로 2027년까지 발전량이 연평균 약 5% 감소, 석탄 비중은 2025년 17%에서 2027년 15%로 하락한다.
◆미국은 ‘그리드 패리티’ 달성 = 이같은 전망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 활용 확대와 재생에너지 보조금 축소 기조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정책 기조와 달리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는 이유는 신규 태양광·배터리 설비 상당수가 이미 건설 또는 가동 예정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물리적 설비 확충이 단기간내 정책 변화로 되돌릴 수 없는 구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저장 설비 확장도 전력망 안정성 측면에서 태양광 활용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며, 이는 EIA가 제시한 수급 전망의 핵심 전제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이미 달성했다.
EIA와 투자은행 라자드에 따르면 미국의 균등화발전원가(LCOE)는 태양광 30~50달러(MWh당), 육상풍력 25~45달러인데 비해 천연가스 45~70달러, 석탄 65~90달러에 이른다.
◆2028년 이후엔 원전·ESS 수요 급증할 듯 = 그렇다면 EIA의 ‘단기에너지전망’ 시점이 지난 2028년 이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2028년 이후 미국의 에너지 시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적 결과물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는 시기이자 AI발 전력수요 폭증이 맞물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태양광이 2027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겠지만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기저 부하’인 원자력에 대한 요구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밀어붙인 천연가스(LNG) 인프라 확충이 2028년쯤 완공되면서 가스 발전 비중이 다시 견고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간헐성(날씨에 따른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탄소 포집·저장(CCUS) 기술과 결합한 천연가스가 기저 부하로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며 2차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안보의 병행 = 이처럼 격동하는 에너지시장 환경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에너지정책을 펼쳐야할까.
우선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전력믹스의 유연하고도 실용적인 원칙이 필요하다.
특정 발전원에 올인하거나, 특정 발전원을 무조건 배제하기 보다는 신재생+원전+LNG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비싸다. 미국은 광활한 대지와 풍부한 일사량 덕분에 대규모 태양광·풍력단지 조성이 가능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하지만 한국은 좁은 국토와 높은 토지매입비·보상비, 복잡한 인허가 규제, 핵심부품의 높은 해외의존도가 난제다.
미국산 LNG 수입을 늘려야하는 상황을 활용해 석탄발전의 조기폐쇄를 적극 추진하고, 그 공백을 LNG로 메우는 현실적인 전환 로드맵도 적극 검토할 부분이다.
이와 함께 AI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성공시키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송전망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추진하는 전력망 허가 간소화 절차(패스트 트랙)를 벤치마킹해 호남의 재생에너지, 동해안의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최우선 에너지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