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밖 노동’ 보호 ‘일법 패키지’ 입법 추진
정부·여당 ‘노동자 추정제’ ‘일하는 사람 기본법’ 병행 … 노동계 “노동자 추정, 근기법 2조에 넣어야”
정부와 여당은 870만명에 달하는 플랫폼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 기존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이른바 ‘권리 밖 노동’을 포괄하는 ‘일 패키지 입법’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20일 ‘노동자 추정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기본법) 제정안을 병행 추진해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구조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김주영 의원 등의 대표발의로 두법에 대한 입법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제 확산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급변하면서 전통적인 노동자 중심 노동법 체계로는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헌법이 보장한 △근로의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행복추구권이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기본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2006년 이후 특고 보호를 위한 법률안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단일 기본법 제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사회보험 모성보호 단결권 등 일부 영역에서 개별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나 파편적 접근에 그쳤다는 평가다.
노동권 보호의 규범적 기준이 되는 기본법을 제정해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선언하고 그 정신이 개별 법률로 확산되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법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까지 규율 범위에 포함한다.
기본법에는 △존엄과 평등 △안전·건강 △공정한 계약과 적정보수 △사회보장 △일·생활 균형 △직업능력개발 △일·경력 정보에 대한 권리 △단체 결성·가입권 등 8대 권리가 명시됐다.
국가와 사업주의 책무도 함께 규정해 안전·성희롱·괴롭힘 예방과 사회보장 영역에서는 국가 지원과 사업자 노력을 병행하고, 공정계약·보수 지급 등 경제적 권리 분야에서는 사업자에게 실질적 의무를 부여했다.
실효성 확보를 위해 ‘노동자 추정제’ 도입을 패키지로 추진해 오분류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적 권리 분쟁은 노동위원회가 사적 조정을 수행하도록 했다. 일하는 사람 권리지원재단, 공제회 등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실태조사 경력관리 표준계약서 등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근거를 마련한다. 권리 행사나 분쟁조정 신청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사업자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정부와 여당은 근로기준법(104조)에 노동자 추정 규정을 신설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분쟁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노동자로 추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용자가 이를 부인하려면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을 반증해야 한다.
노동자 추정제는 근로기준법뿐 아니라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근로자 개념을 사용하는 개별 노동관계법 전반에 적용된다.
아울러 근로감독관의 자료제출 요구권을 강화해 노무제공자가 신고를 제기한 경우 계약서·출퇴근 기록 등 사용자 보유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포함된다.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노동자성 판단위원회’를 설치해 자문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법의 보호 밖에 놓인 노동자가 800만명을 넘는 것은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이르면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자성 판단이 분쟁 이후에만 한정되지 않고 노동관계 전반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도 “분쟁시만 노동자 추정하는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2조에 노동자 추정 조항을 명확히 넣어 최소한의 노동자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기본법이 제3지대를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추정제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로 오분류돼 자신의 이름을 찾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돌려줘야 한다”면서 “현 노동자 추정제는 민사소송이 가능한, 그리고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에게만 작동하는 추정제”라고 비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