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교부세, 재정분권 시험대

2026-01-21 13:00:26 게재

재정 자율성 범위가 성패 갈라

‘지원금’ 넘어 ‘구조개편’ 과제

정부가 광역지방정부 행정통합을 선택한 지역에 대해 대규모 재정·제도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전국의 통합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인센티브는 단순한 지원책을 넘어 권한 이양과 재정 구조, 지방정부 위상까지 함께 재설계하겠다는 점에서 기존 통합 논의와 결이 다르다. 내일신문은 정부가 제시한 행정통합 인센티브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정책을 분석해본다.<편집자주>

정부가 행정통합 지방정부에 제시한 인센티브 가운데 재정 분야의 핵심은 이른바 ‘행정통합 교부세’ 신설 구상이다. 통합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수준의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은 그 자체로 파격적이지만, 실제 효과는 재원의 성격과 설계 방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통합이 재정 지원을 넘어 지방재정 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교부세 구상은 기존 국고보조사업 확대와는 결이 다르다. 중앙정부가 특정 사업을 정해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통합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행정통합을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재정분권 실험으로 연결하겠다는 정부 의도가 읽힌다.

대통령실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행정통합 재정 인센티브의 세부 설계를 총괄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TF는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재정 규모와 구조, 배분 방식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행정통합 교부세와 지원금의 성격을 조기에 확정해 특별법 논의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6일 정부의 행정통합 인센티브 발표 이후 곧바로 진행된 후속조치인 셈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면서 행정통합 재정 인센티브는 부처 협의 차원을 넘어 청와대 주도로 속도전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조금 방식’ 넘어서기 = 재정 지원 규모만 놓고 보면 충남·대전 광주·전남 등 통합 대상 지역에 매년 최대 5조원 수준의 추가 재정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재원이 기존 지방교부세처럼 포괄적으로 쓰일 수 있는지, 아니면 조건과 용도가 붙은 지원금 성격에 가까워질지 여부다.

정부가 강조하는 행정통합 교부세의 차별점은 자율성이다. 부처별 사업 중심으로 쪼개진 국고보조금 구조에서 벗어나, 통합특별시가 산업·교통·복지·균형발전 정책을 묶어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재정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통합특별시는 광역 단위 정책을 자체적으로 기획·조정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최근 “정부가 밝힌 연간 5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지방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정이라면, 행정통합은 대구·경북의 판을 바꾸는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행정통합 교부세의 성격이 통합 참여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실 주도 TF 속도전 = 다만 행정통합 교부세를 둘러싼 논의가 청와대 주도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 재정분권 논의와 동떨어진 채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재정 구조 개편은 여러 지방정부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인 만큼 충분한 공론과 조율 없이 속도에 치우칠 경우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교부세의 정확한 구성 비율과 배분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전해진다. 기존 교부세 체계를 유지한 채 별도의 통합교부금 성격의 재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이 역시 향후 TF 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전·충남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의식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4년 한시 지원으로는 통합 지방정부의 중장기 재정 운영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세제 구조 개편과 연계되지 않으면 통합 이후 재정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방정부 한 관계자는 “교부세라는 이름이 붙더라도 재정 운용 자율성이 법과 제도로 보장되지 않으면 기존 보조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행정통합 교부세가 단순 인센티브를 넘어 지방재정 구조 개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현재 지방재정은 △국세·지방세 비율 불균형 △보조금 의존 구조 △재정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 문제는 행정통합과 별개로 풀어야 할 과제”라면서도 “통합특별시를 계기로 재정 자율성을 확대하는 실험을 한다면 제도 개선의 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동현 전북대 교수는 “그간 정부의 감독과 지방의 자율성 요구가 맞서며 재정분권은 답보상태였다”면서 “행정통합을 계기로 재원운용의 재량권을 실험적으로 확대하고 성과·책임으로 이를 증명한다면 재정분권이 단순한 구호에서 제도로 전환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