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답이 없어 보이는 ‘K자형’ 소비

2026-01-22 13:00:01 게재

경기가 참 안좋다. 동네 시장도 길가 음식점도 손님 보기 쉽지 않다. 번듯한 건물 1층 한·두칸은 비어 있기 일쑤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과 경기도 파주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호황이란 말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잘되는 곳은 여전히 잘된다. 유명 빵집이나 음식점은 대기하는 사람으로 늘 장사진이다. 5000원 이하 생활용품을 파는 다이소 매장도 북적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기업은 전례없는 초호황기(슈퍼사이클)라고 한다. 코스피 5000선을 바라볼 정도로 국장(국내증시)도 뜨겁다.

이쯤 되면 극단적 양극화란 말이 어울린다. ‘K자형’ 경제라고도 한다. 알파벳 ‘K’처럼 한쪽은 상승하고 다른 한쪽은 하락하거나 정체되는 양극화 심화를 의미한다. 고소득층은 자산과 소비를 늘리지만 고물가 고금리로 저소득층 구매력은 감소한다. 계층간 산업간 지역간 불균형이 심할 때 쓰는 말이다. 지금이 딱 그렇다. 직관적인 영문자 K가 와닿는 이유다.

유통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뾰족한’ 소비 양극화다. 역시 오래전부터 그랬다. 갈수록 더 나빠지는 게 문제다. ‘우울한’ K자형 소비로 가는 모양새다.

백화점만 호황인 최근 실적을 봐도 그렇다. 지난해 11월 백화점 매출은 1년 전보다 12% 넘게 늘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9.1% 감소했다. 편의점(+0.8%)과 기업형슈퍼마켓(+0.7%)은 겨우 마이너스를 면했다. 1월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서도 백화점(112)만 기준치(100)를 넘었다. 온라인 슈퍼마켓 편의점 대형마트는 모두 기준치를 밑돌았다.

백화점은 먹고(K-푸드) 바르고(K-뷰티) 입는(K-패션) K-소비 열풍에 원화약세(고환율) 현상이 더해지며 해외 관광객 필수 쇼핑 코스로 떠올랐다고 한다. 여기에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명품(해외고가품) 충성도(적극 구매)를 고려하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분간 백화점만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식음료업계는 더 심각하다. 4분기 상장사 기준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증권사 추정치)이 늘어난 곳은 삼양식품(62%) 농심(40%) CJ프레시웨이(16%)뿐이다. CJ제일제당( -26%) 동원산업(-18%) 대상(-12%) 롯데칠성음료( -60%) 하이트진로(-28%) 오뚜기(-6.8%) 등 식음료업체 대부분은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한류열풍에 라면수출이 아니었다면 삼양식품과 농심 역시 내수만으로 이익 내기가 만만치 않았을 터다.

지난해 대부분 제품가격을 인상한 점을 고려하면 더 뼈 아픈 결과다. ‘K자형 소비’라는 난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다. 고환율(원·달러)에 상황은 더 안좋다. K자형 소비, 답답하게도 답이 없어 보인다.

고병수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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